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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투아웃-시작!
  • [세트] 군함도 세트 - 전2권
  • 한수산
  • 25,200원 (10%1,400)
  • 2016-05-18
  • : 1,364

인간다움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만든 ‘군함도’

 

그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 군함도. 오로지 전쟁을 위해 석탄을 캐내던 섬.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던 그 섬은 식민지 조선의 상징이자 전쟁광 일본의 잔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배경이다. 보다 더 큰 진실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마중물처럼 한수산 작가의 노력은 일제에 의한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힘이 들었다. 형 대신 강제 징용을 가야하는 지상을, 남편을 사지로 보내야 하는 여인 서형을, 사랑을 만났는데 군함도의 동백꽃으로 스러져간 금화를, 하시마 탄광에서 자신들의 신세를 ‘벌레’라고 칭하는 조선인 광부들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가슴 졸이는 탈출을, 실패로 인한 고문과 죽음을, 섬은 벗어 났지만 고향으로 갈 수 없는 처지를, 나라가 없는 민족의 설움은 어디가도 마찬가지라는 한탄을 지켜보고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만약 그 때 내가 거기 있었다면...?’ 이라는 물음을 지속적으로 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든 와중에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한 것 중의 하나는 조선 민중들의 솔직하고 거침없고 걸쭉한 말빨이었다. 그 말 속에는 같은 민족으로서의 끈끈한 연대의식과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함께 이겨내라는 격려가 숨어있어 작가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 이 물음은 나 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 살았다면, 군함도에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역사와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년도를 외우고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사건를 대하는 나의 태도, 관점, 자세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옳게 사는 것이 어렵지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모르나요’ 라는 서형의 말은 지금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는 말일 것이다.

 

또한 전쟁은 모두를 피폐하게 한다. 오죽하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전쟁이라지 않는가. 특히 정전상태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항상 전쟁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데 전쟁과 분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쟁 중에 나라가 없으니 조선인은 자유가 없다는 지상의 말에 ‘일본인도 자유가 없어요’ 라는 아끼꼬의 대답은 이를 반증한다.

 

이 책 전반에서는 인간의 존엄, 가치,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했다. 처절한 삶의 과정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피폭 이후를 다룬 마지막 부분에서 일본인들은 여전히 조센진이라며 구호물품도 나누지 않고 때려 죽이려고만 하는데 강제징용된 우리 조선인들은 구조단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병원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지상은 인간의 가치과 존엄은 끝까지 자신이 지키는 것이며 ‘특히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과 사랑이 곧 희망’ 이라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작가가 말하려고 한 것에서 나는 너무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고 하나 이상의 무엇을 건졌다면 그 독서는 성공한 것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 역사를 기억하는 자신만의 방식과 내용으로 더 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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