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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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일님의 서재
일제의 참혹한 강점기(아리랑)와 한국전쟁 속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민초들의 삶(태백산맥)을 지나서 작가 조정래는 이제 조금 더 가까운 역사를 거슬러 오르고 있습니다. 철처하게 기득권층의 이해타산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은폐와 조작으로 범벅된 역사만을 강요받던 저에게 <태백산맥>은 사실상 처음으로 접하게된 진짜 역사였습니다. 4.19와 5.16을 거치며 작품속의 수많은 인간군상들은 철저하리만치 역사의 수레바퀴에 억눌려서 깨지고 으스러지며 조금씩 분노합니다.

작가 조정래의 탁월함은 단연 치열한 역사의식과 스스로에게 엄격한 현장취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보다 감탄을 하게 만드는 것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들면서도 기가막히게 똑 떨어지는 제각각의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조정래님의 역사의식에 강한 공감을 실어줍니다.

이제 겨우(?) 세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한강>은 분명코 남한문학사의 한자리를 채울만한 작품이 되리라 믿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한국 근대사 백년을 정리하고있는 조정래님에게 머리숙여 감사와 존경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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