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감상적인 제목인데 과학책이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이란
현대 과학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의미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밝혀낸 우주의 총 질량은 관측 가능한 물질 5%,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 물질 25%, 그리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으면서 암흑 물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 암흑 에너지 70%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 암흑 물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암흑 물질의 미스터리는 1930년대 초 프리츠 츠비키라는 스위스 천문학자가 머리털자리 은하의 총 질량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드러난다.
츠비키가 계산해낸 은하의 총 질량은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적어서 은하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뭉쳐 있도록 유지할 만한 충분한 중력을 갖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은하는 산산이 조각나고 그 속의 천체들은 제각각 뿔뿔이 흩어졌어야 하는데, 이 천체들이 어떻게 서로를 붙들고 은하라는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관측기구의 정밀도가 낮거나 계산 기법의 오류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과라는 생각이 강했고 츠비키의 보고는 묻혀 버렸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계속 은하들을 분석해 보니 거의 대부분의 은하들이 공통적으로 그 형태를 유지하기엔 질량이 부족했고, 뭔가 보이는 건 없는데 거대한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우주에 널리 분포한 이 정체불명의 중력원을 암흑 물질이라 칭하게 된다.
80년대에는 암흑 물질을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가설과 이론들이 난립하게 되는데, 당시 암흑 물질의 후보로 뉴트리노, 반물질, WIMPs(Weakly Interactive Masive Particles) MACHOs(MAsive Compact Halo Object),등 온갖 이론적 물질들이 올랐으나 현재는 모두 부정되었다.
아예 애초에 정체불명의 중력원 따위는 없고 우리가 가진 계산 기법이나 이론이 잘못돼서 그런 게 아니냐는 수정 중력 이론, 수정 뉴턴 역학 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 이론들은 80년대까지는 인기를 끌다가 기존의 물리 법칙에 반하는 사례들이 나와서 현재는 그 힘을 잃은 상태다.
▲2006년 관측된 암흑물질의 실질적인 증거라고 일컬어지는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 사진. 초속 1000km의 속도로 충돌한 두 은하단에서 그 주위에 흩어진 뜨거운 성간 가스(붉은 부분)와 암흑물질의 분포(푸른 부분)를 보여준다.
게다가 놀랍게도 2006년에는 '암흑 물질로 추정되는 뭔가가 관측'된 사진(상단의 총알 은하단 사진)이 나오면서 그나마 몇 안 되던 수정 중력 이론 지지자들마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암흑 물질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짧게 암흑 에너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중력은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인 반면에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에 가득한 불가사의한 척력(밀어내는 힘)이다. 이 암흑 에너지는 너무나 커서 관측 가능한 물질과 암흑 물질 모두가 만들어내는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를 계속해서 가속 팽창시키고 있다.
물리학적으로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완벽한 진공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아무리 텅 빈 공간에서도 측정하기 힘들 만큼 미세한 양자 요동(에너지)이 존재하는데, 우주 전체 수준의 넓은 공간이라면 그 미세한 에너지의 총량조차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어서 이 양자 요동이 암흑 에너지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암흑 에너지의 총량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수준이라서 암흑 에너지의 확실한 정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내용이 가득한 책이지만, 이 책은 과학책을 즐겨 읽는 내게도 깜짝 놀랄 만큼 읽기 어려웠다.
책 초반부의 암흑 물질의 역사 부분을 제외하고는 위 사진 같은 내용이 거의 끝까지 계속된다고 보면 되는데 글자는 한국어가 분명한데도 해독이 되질 않는 수준이었다.
특히 저자는 책에 나오는 각종 계산법들, 예를 들면 우주 전체의 총 질량을 구하는 계산법이나 우주의 총 밀도를 계산하는 방법 등을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한국어가 분명한데도 해독이 되질 않는 수준이었다. 이런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들을 배경지식 없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천체물리학과 학생이라도 이걸 100%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걸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암흑 물질이란 건 사실 없는 게 아니냐"라고 잘 알지도 못하고 따지는 사람들의 코를 눌러주기 위해서 저자가 반박의 여지가 있을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것 같았다.
어려운 부분은 '어쨌든 이 계산법의 정확도가 굉장히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는 거구나'하고 넘어가면서 읽어야만 했다.
책에서 접한 흥미로운 사실 중에서 암흑 물질은 원자로 구성된 물질이 아니라고 예견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론 상당히 신기했다. 나는 막연하게 모든 물질은 중성자와 양성자가 결합한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가 결합한 원자의 형태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원자의 구조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면 암흑 물질은 도대체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다른 차원의 물질인 건 아닐까?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우주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직 너무나 많다.
과연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 호기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