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책 답지 않게 예쁜 표지와 감성적인 제목이 인상적이다. 본문에 나름 시적인 표현도 있고 유머도 적당히 활용해서 재미있게 읽힌다. 다만 전문적이고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완독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지구 말고도 우리 태양계 내에 의외로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진 바다 세계가 많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지구로 비교하자면 지각 아래쪽 맨틀에 해당하는 부위가 물이나 다른 액체로 이루어진 위성이 책에서 소개하는 바로는 대략 열 개쯤 된다.
그중에서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와 타이탄, 그리고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는 얼음 지각의 아래쪽이 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바다처럼 염화나트륨(소금)이 함유되어서 짠맛이 나고, 그 외에 생명 탄생에 필요한 각종 원소들이 풍부하다. 또한 모성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한 조석 에너지로 인해 심해 분출공(=심해 열수구)이 존재할 수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생명을 부양할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 생명이 있다면 말이다.
지구의 해저에도 마그마에 의해 물이 데워져서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는 심해 열수구들이 많이 있다. 이 열수구는 빛이 도달하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엔 다양한 생명체가 높은 밀도로 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열수구에서 나오는 황화수소를 기초로 한 대사 체계를 이용하고 있어서 광합성을 사용하는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와는 구조가 다르다.
▶황 화합물 등을 함유한 고온의 바닷물을 내뿜는 심해 열수구와 그 주변의 생물들. 주로 리프티아라는 심해 관벌레가 주를 이루며 주변에서 심해 새우나 게 등이 살고 있다.
같은 원리로 "빛이 도달하지 않는 외계의 심해 열수구에서도 생명체가 번성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그동안 나사가 쏘아 올린 수많은 외행성계 탐사선들과 그들이 보내온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들을 분석해 각 위성들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고찰하고 답을 찾고자 한다.
이들 외행성계 바다 세계에는 인류가 화성처럼 표면에 탐사 로버도 보내지 못했고 오직 탐사선이 스쳐 지나가며 찍어 보낸 사진이나 관측 자료, 또는 멀리 지구에서 찍은 희미한 사진처럼 부족한 자료들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한된 자료들로부터 외행성계 바다 세계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추출해 내는 모습을 보며 현대 과학의 능력을 실감했다. 저자가 나사 과학자다 보니 나사가 쏘아 올린 탐사선들에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아서 인류가 진행해온 외행성계 탐험의 역사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분명 엔셀라두스와 타이탄, 유로파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지만 저자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다는 일의 실질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외계 생명체가 우리 지구 생명체와 근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을지, 아니면 우리는 그것이 생명활동이라고 인식조차 하기 어려운 생소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그것을 보고 단박에 외계의 생명체임을 확신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을까?
또한 우리는 아직 최초 생명체의 탄생 조건에 대해서도 모른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어디에서 기원했는가? 지구의 심해 열수구가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능력은 이론적으로 검증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심해 열수구가 과연 최초의 생명을 탄생시켰던 환경인지에 대해서는 오늘날 우리의 과학지식으로는 알 수 없다. 만약 자연이 심해 열수구에서의 생명 탄생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지구 생명체는 심해 열수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탄생했을 것이고 아마도 에너지원이 심해 열수구뿐인 외행성계의 바다에는 생명체가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심해 열수구가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면, 우주의 바다에는 지금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심해 열수구가 과연 생명 탄생의 요람이었는지는 결국 엔셀라두스에 날아가서 얼음층을 뚫고 들어가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생명체의 존재가 가장 유력한 엔셀라두스에는 2036년쯤 탐사선을 날려서 2050년쯤에 도착해 탐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많은 소금물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원소들, 그 외 생명 부양에 필요한 여러 조건들이 저 우주의 바다에 다 갖춰져 있는데 정작 그곳을 헤엄치는 생명이 없다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그건 너무 재미없는 우주다. 나는 자연이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줬으면 그곳엔 생명체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칼 세이건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그것은 얼마나 큰 공간의 낭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