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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달님의 서재
  • 완전히 불완전한
  • 이충걸
  • 10,800원 (10%600)
  • 2011-04-05
  • : 265

남자는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다. 지옥의 놀이공원 처럼 무섭고 아름답다. 다가 갈수록 눈부시다.가까이 가 보니 남자는 없다. 공중에 상의와 하의가 떠 있다. 왼 소매는 한복, 오른 소매는 비즈 무늬. 바지는 잠수복이다. 옷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작아지기로 한다. 옷 안의 하늘은 남자의 음각이다. 평범한 얼굴이지만 슬픔의 정교한 무늬를 지니고 있다. 처음 보는 별자리로 만든 그 남자를 즐기기로 한다.


대부분, 과잉된 수사는 문학을 망가뜨린다. 꽃이 창궐한 봄은 길을 가리듯. 어떤 과잉들은 탈태하여 미학이 된다. 드문 예다. 지금의 눈높이로 볼 수 없는 지형이 있다. 조감하기 위해서는 짚신벌레처럼 작아지거나 거인처럼 커져야 한다. 그 지형의 중심에 발견되지 않은 신전이 있다. 기형의 무늬가 새겨진 천상궁륭 몇 개가 이 신전을 지탱한다. 기괴하고 아름다운 정원과 크기가 다른 방들. 문제는 어디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 그러나 이 곳은 물 속이다. 헤엄쳐 간다. 출구로 가든 하늘로 가든. 어디든.     


김 훈이 쓰는 것은 김 훈이, 박민규가 쓰는 것은 박민규가 쓸 것이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행위에서 유사類似는 2류이며 곧 도태된다. 나는 희귀함을 숭배한다. 미美,추醜의 가랑이 사이를 종縱으로 날아가는 비행. 얄밉도록 행간이 넓은 시퀀스. 이충걸이 쓰는 것은 앞으로 계속 이충걸이 쓰게 될 것이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집요하게 따라갈 것이다. 
 
 
                                                                                                                                    - KBS Announcer 이상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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