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설문학을 놓고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소설가 중에 한 사람이라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출생한 조이스의 처녀 소설집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연작소설집은 읽어볼만 하다. 왜냐 하면 이 더블린 연작에서 그는 도시사회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할 무렵의 한 도시(작가 본인의 말로는 정체된 도시라 칭했던)의 군상, 표정, 느낌을 스케치 하면서 하나의 合을 이루어내는 모습이 성공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히 객관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어조로 덤덤히 그려내고 있음에도 정확한 묘사와 다양하면서도 전형적인 인물의 배치 또한 인상적이다. 게다가 곳곳에 깔려 있는 작가의 시선은 그곳(더블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결코 완성되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소설 속에서도 나오는 "진흙"처럼 지저분하고 지나가기 싫은 그 도시 속에서 머무는 사람들에 대하여 작가는 솔직한 시각으로 더 나은 삶에의 희구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사춘기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인 <애러비>,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는 한 젊은 여인의 삶을 그린 <이블린>, 그 당시의 세태를 잘 느끼게 해주는 <경주가 끝난 뒤에>, <두 부랑자>, <하숙집>, <구름 한 점>, 그 외에도 정치, 종교, 문화계에 관련된 일련의 단편도 좋았지만 가장 마지막 작품인 <死者>가 인상적이다. 특히 <사자>는 한 가족이 벌이는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각각의 개성을 잘 살려낸 소설이었는데, 죽음과 삶 사이에 끼어있는 모든 존재의 대한 물음이 한 개인의 고뇌에서 출발해서 모든 독자에게로 돌아갈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