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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이란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에, 이 책의 내용이 결국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기호를 밝히는 글임을 천명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타의 산문집과 별반 차이점이 없어 보이지만 世說이라는 타이틀을 앞에 둔 것은 작가가 기자 생활을 오래했다는, 그래서 시사성에 무게를 두고 싶었던 편집자(비록 책 서두에 책 제목을 바꾼 사연까지 밝히고 있지만)의 의도가 눈에 선하다. 더욱이 책이 발행된 지 일년만에 제목을 바꿔 재간했다는 사실에서 두드러진다. 허나 다행히도, 그의 글에서는 그런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끝까지 책장을 덮지 않았던 이유가 될 수는 있겠다.
김훈이라는, 몇해 전 <칼의 노래>라는 소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글쟁이는, 지금 초야에 묻혀 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거부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가장이기에 그는 아직도 밥벌이를 위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산문집은 그 밥벌이의 산물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가 상당히 명문을 자랑하는 필치를 구사함을 알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가끔은 궁색하기도 하고, 부박한 맛도 나는 건 아마도 그런 연유인듯 하다.
이 책이 건드리고 있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기에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에 초점을 맞추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다만 다양한 사건들에 인한 그의 생각을 좇아갔을 뿐이었다. 그래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구절 하나를 옮기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짧은 감상을 마칠까 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당겨 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P.229 '양희은, 김추자, 심수봉' 중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한다는 말이 참으로 인상 깊다. 어쩌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감정이라는 건, 설명될 수 없는 구체적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으로 경험한다는 것, 그것도 목소리를 알아듣는다는 것은 확실히 어느 한때 어떤 이를 경험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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