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핑구80 2004/02/09 18:39
핑구80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일단 짧은 분량에 다양한 화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루즈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다. 마치 연작소설을 읽는 듯, 한명의 인물(다인이)을 그려내는 여럿의 화자는,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남들에게서 다 듣게 된다는 면에서 객관적인 기록에 적합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점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80년대를 이어 90년대를 그리기에 적합한 면모를 분명 지니고 있다. 나로서는 이젠 그 이름마저 생소한 '전대협'이나, 이젠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동세대인 나도(사실 그닥 관심도 없었지만) 잘 모르는 '한총련'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이제는 관심조차 갖질 않는 문제다. 그런데 결국 지난 90년대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이 소설을 한 인간의 회상으로 일관했을 시 벌어지기 딱 좋은, 감상적인 회고로 끌고갈 수도 있었던 것을 객관화의 장점을 살렸기에 그 다양한 화자의 입지가 분명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그러한 문제들이 현재, 이 시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그렇게 가열찬 학생운동을 벌였던 다인이라는 인물도 나이가 좀더 들어 사회라는 안정된 시스템에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듯이, 이 소설을 다 읽고서는 결국 그런 개운찮고 씁쓸한 뒷맛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