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발행인 성일권 님의 <불가사의한 일에 대한 해법은 상식!>을 빌려 제목을 지어보았다.
우리는 정말 아이러니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주변에 “먹고 살기 바쁜데 언제 다 신경써?”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왜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며 세계정세를 알고자 할까? 또 왜 그래야 할까?
우리는 르몽드에서 답을 찾았다.
먼저,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하여 세계 정세는 물론, 경제와 인권 분야에서도 불안한 파도가 일고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하여 국가의 리더를 선출하는 선거는 불가사의한 과정을 거치며 성사되었다. 특히나 이번에 치뤄졌던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지지자들과 정당 싸움은 이 그랬다.
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던
엘리트 계층 윤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월 소득 200만원 미만 노동자가 61.7%였다.
또한 소년공출신의 이 후보의 지지자는 화이트 칼라 유권자가
54.5%를 차지했다.
이번 유권자들의 니즈가 과연 무엇이었고, 또 왜 그러한 요구를 하게 되었는가?
전문가들도 이를 난제로 본다.
르몽드의 본고장 프랑스 또한 대선으로 시끄럽다.
세르주 알리미 님의 <우크라이나에 흔들리는 프랑스 대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실질적인 성과를 내보일 만한 건 없다.
그러나 타 후보에 비해 높고 견고한 약 30%의 지지율을 자랑한다.
우파 부르주아 보수 사회 계층이 우세한 반면에 좌파 세력이 약해진 탓이기도 하다.
(2월 호 서평 참고 #율두스_서평_르몽드 )
노동자의 편에 서지 않은 각종 정책과 이에 맞서고자 했던
노란조끼 운동 강경진압만 보아도 프랑스의 어지러운 시국을 옅볼 수 있다.
레 미제라블은 이제 뮤지컬일
뿐인가? (그것도 10만원대가 넘도록 값비싼)
전쟁과 혼돈. 이 시국의 고통은 서민층에게 가장 무거운 무게를 할당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모든 인간의 0순위인 생명권
이 사라졌다.
러시아 또한 전쟁 피해, 그리고 각종
기업과 예술가, 운동가에 대한 보이콧으로 고통받는다.
남의
일이 아니다. 밀과 해산물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기름값이 폭등했다.
전쟁으로
인한 군비 증강 계획은 기후 위기를 기후 종말로 앞당길지도 모른다.
다시 “먹고 살기 바쁜데 그런거 언제 신경 써?”라는
말로 돌아가보자.
사실, 다비드 가르시아의 <세계 정세는 안중에도 없는 대중 매체들>도 그를 인정한다.
프랑스 방송에서도조차 국제 뉴스는 뒤로 밀려나 작은 분량을 메우고 있다.
심지어
국장이 “’디플로’는 그만 하게나!”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사용된 ‘디플로’는 기자들이 외교 전문가를 부르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경험을 한 사람들도 무척 많은 것이라 확신한다. “이건 상식이잖아!”
우리는 상식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혼란스러운 시국에 똑똑하게 대응하기 위해 작은 상식만 있어도
된다.
게다가 국가는 더 이상 유아독존하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에 국제 뉴스 또한 상식으로서 알고자 해야
한다.
뉴스로 상식을 채우면 된다.
상식은 ‘왜 이놈들은 기름값을 올려서 나를 힘들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던 사람도 ‘전쟁은 그저 모두의 비극일 뿐, 히어로의 무대가 아니다’를 외칠 수 있다.
어쩌면 뉴스를 많이 접한 사람들이 수천만, 수억만 명만 있어도 참혹한 정세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주의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뉴스, 그리고 활자의 힘을 믿는다.
본인의 지적 수준을 높였다는 허영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숨겼던
진실을 포착하고 행동하기 위해 읽는 글의 힘.
이번에도 르몽드는 나에게 그 힘을 주었다.
거대한 카오스에 비하면 나는 작은 먼지일 뿐이라고
회의감이 들곤 한다.
그 세계에 뛰어들고 싶어 국제관계학을 공부했지만 포기하게 만든 현실이 감한스럽다.
하지만 르몽드에게 지친 마음을 위로 받아 너무나 감사하다.
르몽드와
르 디플로, 그리고 편집자님, 인턴님, 번역위원님 그리고 모든 분들이 힘써 주셨기 때문에 멋진 4월호가
탄생한 것 같다.
모든 분들의 노고에, 그리고 서평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