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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너무 낯선 나
  • 레이첼 아비브
  • 19,800원 (10%1,100)
  • 2024-07-30
  • : 618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여러 의미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인간을 정신의학적 진단과 질병명으로 설명하는 그 납작함의 경계를 의지적으로 해체한다. 사회적 분위기, 문화, 시기와 맞물려 그에 따라 변화하는 정신의학적인 설명이 오히려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6인의 이야기를 통해 추적해나간다. 그 추적 과정의 토대가 일기와 편지, 인터뷰, 증언, 문학, 과학적 지식을 넘나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이 책은 그가 말한 '진리적 체계' 그 '바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펼쳐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언어로 묘사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바깥 가장자리, 다시 말해 '정신의 오지(psychic hinterlands)'라고 불릴 만한 곳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이러한 소통 불가능성을 극복하려고 했던 환자들의 이야기와 그 세계를 번역하고자 한다. 46p

첫 장에서는 거식증에 걸린 본인 '레이첼'의 이야기를 통해서 병식과 자아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추후 인생에 미치는 변동성. 동시에 사회 문화적 압력, 감정 표현 방식에 관련한 맥락도 포함하며 나아간다.

우울증 환자로 설명하는 '레이'의 이야기는 과거 성공에 대한 집착, 남성에게 사회적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당시의 분위기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또 당시 최고의 정신병원으로 불리던 '체스트넛 롯지'의 입원과 소송 과정을 통해 정신분석학, 정신생리학 등 변화하는 정신의학 속에서 자아를 증명하려는 그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 이를 통해 정체성의 복잡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인도의 가족 문화와 여성을 향한 대우가 종교적 조현병으로 설명되는 증상의 발현 과정을 볼 수 있는 '바푸'의 이야기. 흑인에 대한 차별과 저항, 출산과 되물림이 복잡하게 엮인 '나오미'의 이야기로 그저 질환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사회 문화적 압박과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가는 상호작용 현상들을 관찰해 나간다.

그리고 '로라', 저자가 6살 당시 거식증 병실에서 만났던 '바하'의 약리학적 과정 기록으로 우울증 약의 딜레마와 '회복이 아닌 변신이 우리의 길이 된다'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즉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기 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일관된 정체성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복잡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나는 이해했다.

언어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 경험의 바깥 가장자리'를 글을 통해 설명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그 자체와 책이 나아가는 과정이 '복잡함'의 방증이 되어주고 있다. 개인들의 인생을 기둥으로 사회적, 의학적 맥락을 엮어 나가는 방식은 사회와 개인은 떼어놓을 수 없다고, 편향된 책임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하다.

또 언어적 불가능성을 파고드는 저자의 의지와 다양한 매체에서 길어올린 인용들은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이다.

✅️ 인간의 복잡성, 정신의학적 진단에 대한 비판적 보고, 정신적 경험에 대한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들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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