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사회를 낯설게 바라봐야 한다.
이건강 2024/07/3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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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 오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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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4-07-15
: 3,894
'편리해지면서 불편해졌는데, 편리해졌으니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자유가 넘실거리길 희망하면서, 그 자유를 가장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요소인 불평등이 넘실거리는 건 둔감하다.' 310p
오찬호 사회학자가 집필한 책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은 큰 생각없이 영유 해왔던 사물들 안에 깔려있는 미묘한 혐오, 차별, 불평등 그리고 발명 과정과 사회적 영향력을 만나볼 수 있는 책입니다.
수세식 변기, 여성 피임약, 화장품, 플라스틱, 스마트폰, 냉장고 등.. 15개의 일상적 사물을 다룬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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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한 가지를 살펴보면, '수세식 변기'는 백신, 항생제 등과 함께 인류의 건강을 지킨 대표적인 사물로 평가 받을 정도로 인류와 사회, 개인의 존엄성에 큰 영향을 미친 사물입니다.
그러나 4인 가족 기준, 하루에 생수통 100여 개의 과도한 물 소비로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퇴비 변기, 냉동 변기와 같이 다른 형식의 변기 개발의 필요성을 말하며 에너지 낭비를 지적합니다.
또한 열약한 노동 현장에서 배설의 자유를 억압 당한 노동자들의 이야기처럼 불평등의 맥락으로 변기를 바라본 내용들도 담겨있어 낯선 각도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 이젠 우리의 일상과는 떨어지기 힘든 CCTV는 2022년 기준 공공기관만 해도 160만 7000대라고 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카메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무고함을 밝혀줄 수도, 편집을 통해 억울하게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양날의 검’으로 기능할 수 있는데요.
저자는 편의점이나 수술실처럼 감시와 보호 기능의 상충, 그리고 이 추세가 어디까지 확산될 지에 관해 고민해볼 사회적 문제 의식을 제기합니다.
‘혹시나 해서 누군가를 더 의심하는 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아니냐고 한다면, 남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 행동을 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문뿐이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를 더 의심했다면, 그 누군가는 더 감시된다’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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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여성 피임약이 ‘자발적인 모성’의 발현으로 나아갔던 과정. ‘마기꾼’, ‘확찐자’, ‘바디프로필’ 같이 농담아닌 농담으로 소비되며 초등학생에게까지 자연스레 스며드는 외모지상주의. 그에 따른 혐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컨베이어 벨트식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노동자들. 냉장고, 에어컨,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까지.
편리했던 사물들이 사회와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깨달을 수 있는 다양한 지식들이 결합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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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터넷을 보면 혐오 표현에 대한 조그마한 지적도 ‘불편충’ 취급하며 ‘불편’ 자체를 불편해하는 모습을 갈수록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이 저에겐 도덕과 윤리, 존중에 대한 고민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저도 무지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저 어리석은 불편을 표출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청소년과 성인들의 공감력이 많이 감소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상에 밀접한 주제들, 한 챕터 당 20페이지라는 적절한 분량, 수많은 주석, 명확한 인포그래픽이 수록된 이 책은 많은 분들이 다면적인 사회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의 복잡한 문제들을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구조에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도모해 볼 수 있는 감각을 길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몸도 정신도 그저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한 우리 모두에게 시의적절한 문제 의식을 안겨 줄 책이라고 생각하며 모두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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