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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香滿堂
  • 교실 심리
  • 김현수
  • 13,500원 (10%750)
  • 2019-03-18
  • : 840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같은 사람에 대해 드는 생각은 주로 부정적일 때가 많다. 폭력적인 사람, 교활한 사람, 거드름 피우는 사람 등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비단 ‘사회’라고 하는 거시적 차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또는 ‘교실’과 같은 미시적 차원의 세계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이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도 해당한다. 나 역시도 그런 부정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교실 심리>의 저자인 김현수 선생님은 예외다. 그의 저작을 몇 권 더 읽고 다시 만난 이 책에서도 그는 학생과 교실에 대해서 무한히 긍정적이다. 막다른 상황에서도 그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한다. 왜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어려움에 처하는지 교사보다 더 파악하고 그들의 아픈 속내를 보듬는다. 아울러 그는 교실 속 분위기를 교사보다 더 잘 분석하고 파악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라는 그의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부드럽지만 예리한 시선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교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들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교과 과정’에 해당한다. 교사들은 대개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은 것에서도 배운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은 것에서 더 많이 배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60쪽)

그렇다고 저자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실 심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번아웃(소진)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교사가 스스로 자신을 가득 채우려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교 관리자와 상부 관청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배부르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배고프면 학생들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 배불러야 그것이 학생들에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직을 성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제 물리쳐야 한다. 직업적 소명 의식을 스스로 질 수 있겠으나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교사로 사는 일이 재미없어지고 지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안에 없는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의를 모르는데 정의를 얘기해야 할 때, 수학적 정리를 모르는 데 문제만 풀 때 교사는 소진된다. 이것이 바로 파커 파머가 내린 소진의 정의이다. 가르치는 자, 배움을 나누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꽉 차 있어야 한다. 내 안이 가득 차 있어야 남에게 줄 수 있다.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매번 수업에 들어가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면 교사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교실 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교사는 자신에게 난 화를 쉽게 아이들에게 돌리게 된다.”(220쪽)

책을 덮자니 지금이 학기말이란 사실에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학생들이 있는 그곳, 교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강하게 말한다.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고. 그들이 숨 쉬고 행복해야 할 교실이 어떤 분위기인지 교사들은 잘 파악하고 거기에 알맞은 조치를 취하자고 주장한다. 어서 학급을 맡아 모두 웃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아울러 이런 교실이 되려면 작금의 행정 중심 학교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 중심이어야 하지 더는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시스템이어서는 안된다. 교사들을 학생들에게 보내야 한다. 교무부, 연구부, 학생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승진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수업하는 교사들을 길러야 한다. 그들이 함께 웃어야 행복한 교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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