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작가는 대학을 다니다 18세에 징집되어 세계 제1차 대전을 직접 겪었다. 이 때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여 훈장을 받고 제대한 후 1929년에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고전소설전집류의 책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문학성 또한 인정 받았다. 이 책을 원작으로 두 편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였으니, 이 책의 훌륭함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는 간단명료하다. 작가가 직접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반전사상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이런 점은 이 소설이 쓰여진 당시 독일의 시대상황과는 반하는 것이었다. 반전사상을 명확히 한 레마르크는 점차 세력을 키워 나가던 나치와 잦은 충돌을 일으켰고, 1933년 나치가 집권하면서 레마르크의 책은 공개적으로 불태워졌다.
이런 역사적 사건으로 알 수 있듯이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삼국지에서처럼 멋있는 영웅들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흥미진진하게 쓴 소설이 아니다. 일개 병사가 겪은 참혹하고 슬픈 전쟁 경험담이다. 주인공인 ‘파울 보이머’는 허황된 애국심에 사로잡힌 학교 선생님의 설득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19세의 어린 나이에 매우 짧은 훈련 과정만 거친 채 바로 전장에 배치된다. 그리고 몸으로 전쟁을 느끼게 된다.
나는 19살 때 무엇을 했던가? 평화로운 교실에 앉아 나의 미래를 위해 공부하면서도 고등학교 생활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약 60년 전의 내 또래의 아이는 펜대신 총을 잡고, 책 대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날아오는 적군의 포탄을 보았고, 거칠고 더러운 전장을 살기 위해 낮은 포복으로 엉금엉금 기었을 것이다. 오늘 도시락 반찬이 별로라고 투정부릴 때, 그들은 먹을 것조차 없었다. 내가 이 친구와 저 친구들의 단점에 대해 불평하고 있을 때, 그들의 친구는 하나 둘씩 죽어갔다.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편하게 살고 있는 내가 과연 전쟁을 겪은 분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 혼자면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아마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심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레마르크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글을 잘 썼다. 직접 전쟁을 겪고 쓴 만큼 사실적일 뿐만 아니라, 마치 내가 주인공 옆에서 세계 제1차 대전에 참가하여 함께 있는 듯이 몰입했다. 전쟁의 참상에 분노했고, 인물들의 심정이 내 감정처럼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다고 구구절절이 비통함 심정을 토로하고, 애달픈 마음을 직접 드러내는 방법을 쓰지 않았다.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묘사는 거의 있지 않다. 상황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했을 뿐이다. 비교적 객관적으로 상황을 묘사할 뿐임에도 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감정이 절절히 느껴졌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고, 그러면서도 표현하자고 하는 것을 적절히 보여주는 작가의 글 솜씨가 너무나 훌륭했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놀라웠다. 부분들이 모여 한 편의 위대한 문학작품을 이룬다. 이 책은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모두 읽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한 챕터 한 챕터가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완결된 구성을 지니고 있어,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독특한 구성과 뛰어난 표현력을 보면 이 소설의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레마르크는 실제로 자신이 겪은 전쟁에서 소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레마르크의 생각은 소설 속의 주인공의 다음과 같은 독백을 통해 드러난다.
“이봐, 전우여. 오늘은 자네가 당했지만, 내일은 내가 당할 거야. 하지만 내가 용케 살아남게 되면 우리 둘을 망가뜨린 이것과 맞서 싸우겠네. 자네의 생명을 앗아가고, 나의? 나의 생명도 앗아가는 이것에 맞서서 말이네. 전우여, 자네에게 약속하겠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이네.”
레마르크는 세계1차 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비인간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의 위대한 점은 전쟁에 참여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과 달리 실제로 이러한 전쟁의 참상을 효과적으로 소설을 통해 알렸다는 점이다.
레마르크는 독일 사람이다. 그렇기에 독일의 서쪽인 서부 전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독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곤 한다. 전쟁에서 이긴 연합군은 정의를 수호한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최전선에서 적과 총알을 주고 받는 일개 병사들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승리한 국가의 병사나 패배한 국가의 병사나 모두 피해자인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완전한 예술 작품인 동시에 의심할 수 없는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