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세 준코의 시선은 언제나 서늘하면서도 예리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의 심리가 흥미로워져서 순식간에 읽었다.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하나로 이렇게나 고달파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우습지만, 우스워지지 않으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 법 또한 알지 못했다."
고작 머리카락 하나로 갈리는 행복과 불행, 그리고 평등과 불평등.
진정한 행복과 진정한 평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웃음소리는 단 하나, 단 한 번뿐이었다. 무심코 흘리고 만 웃음이었다. 마치카에게 들려주려는 목적도 아니고, 상처 입힐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해서 공격이 아닌 건 아니라고 마치카는 생각한다. 그래서 줄곧 새로이 원망해왔다.- P102
비밀을 간직한 건 나 자신인데, 머리숱이 적었던 사실이 언제까지고 나를 고독하게 한다며 마치카는 번번이 새로운 슬픔에 잠겼다. 슬픔이 더해져 견딜 수 없는 날이면 혼자뿐인 방에서, 머리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각도로 불빛을 비추고, 거울 앞에 앉아 아름다운 흑발을 넋을 잃은 채 빗질하곤 했다.- P131
나에게는 머리카락이 있다. 머리카락이 있는데도 머리카락이 없는 것에 내내 사로잡혀 있다. 고달프다. 고달파서 자기 머리를 매만진다.- P159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하나로 이렇게나 고달파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우습지만, 우스워지지 않으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 법 또한 알지 못했다.- P163
평등. 그래요, 평등. 평등하지 않으면 안 되지. 곤란하죠, 곤란해요, 곤란해……-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