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하면 또 편들어준다고 하겠죠. 감싸는 걸 보니 뭐가 있다고할 테고, 나도 폭탄 범으로 몰리려나. 뭐라 하는 건 아니에요. 인간이원체 의심하는 동물이잖아요. 난 그런 거 좋아해요. 의심이 없으면 드라마가 안 되잖아. 굳이 말해도 오해할 사람은 오해하겠지만 말은 해줘야죠. 빚이 좀 있어요. 돈은 벌 만큼 버는데, 그게 또 우수수 나가요.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근데 난 또 그게 귀찮아서 그냥 보내주고 말아요. 거절하는 것도 일이잖아요. 얼마나 많은에너지를 써야 되는데, 근데 사람들은 참 거절을 쉽게 하는 줄 알아요.
본인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건 모르고, 매정하다고나 할 줄 알지. 염치없는 사람들이 참 많죠. 스트레스받으면 그냥 막 써버리기도 하고.그러다 보니 돈이 없더라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이 언제 생길지 모르니 벌 때 모아둬야 하는데, 난 그걸 못 한 거죠.- P150
잘 모르시겠지만 이 생활이 참 지리멸렬해요. 지겨워 죽겠는데, 안되는 거 붙잡고 시달리는 거 이제 그만하고 싶다가도 도망칠 방법도 모르겠고.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게 참 안 되는 거거든요.이거라도 안 하면 진짜 낙오자니까. 낙오자로 안 남으려고 발버둥 치는심정을 알아요? 그런 게 폭탄 하나로 사라질 거 같아요? 남은 인생은안 망치려고, 망한 인생 한번 구제해보려고 꾸역꾸역 쓰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요? 모르겠죠. 멋대로 말하고 사실이 그렇다 하면 그만이니까. 근데 드라마는 그런 게 아니에요. 사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거라고 말해야 하는 거예요. 세상 망한다고 지껄이면서도그래도 인간한테 위로받고 사는 거라고 전하려 애쓰는 인간이 비겁하게 숨어서 폭탄을 떠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일이 기본적인 인류애 없이는 못 하는 일이에요. 그런 애가 소재 좀 얻겠다고 그런 짓을할 리가 없죠. 이해는 못 해도 모함은 말아야죠.- P152
화가 났다. 혐의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가족에 대한 의심을 바로 잡지 않는 경찰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지껄여대는 기자에게도, 기다렸다는 듯 악의를 쏟아내는 사람들에게도, 사과하기는커녕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에게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이혼부터 하겠다는 엄마에게도, 기어이 사단을 내고 마는 아라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며 기행을 일으키고 다니는 승아에게도 전부 화가났다. 모두가 저마다의 폭탄을 가슴속에 담아두었다가 터뜨리기만을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던져버릴 태세로.- P294
그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가장 화가 나는 건 두현 자신에게였다. 여전히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이, 모든 게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스스로가 견딜 수 없었다. 시동을 걸려던 현은 이내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길이 없었다. 미친 듯이 소리치면서 엉엉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기절하듯 잠들었다.- P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