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lena님의 서재

"은행은 규칙이 전부야. 설사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그게 부정한 방법으로 얻어지는 거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지.
큰 손실을 보더라도 그게 올바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거라면 그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어. 그게 은행의 논리지. 세상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흉을 보는 일이 많지만, 은행의 논리에도 정의라는 게있어. 결과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지. 그걸 잊지 말도록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
하마나카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자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올바른 방법으로도출한 판단이라면 이유 없이 굽히지 마."- P570
"그동안 호프자동차는 날 심하게 업신여겼어요. 나뿐만이 아니죠. 우리 직원들은 물론 가족도, 피해자 유기 씨도 업신여겼죠. 호프자동차 때문에 인생이 어긋나 고통을 받았죠. 그런데 저놈들을보세요. 뻔뻔하게 자기들 잘못을 인정하지 않잖아요. 결함이 있는자동차를 만들어내면서 사고가 일어나면 모두 정비 불량 탓이라며 모르는 척하고 있죠."- P608
"그 사고 이후 우리 회사는 고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거래처가 떠나갔고 은행에서는 융자를 빼겠다고 합니다. 퇴직자도 나왔고요. 가족도 주위로부터 여러 가지 비난을 견뎌야만 했죠. 그게어떤 상황인지 다카하타 씨는 이해가 되나 싶어서"- P615
"만약 호프자동차가 재판에서 다투면서 결과적으로 은폐 공작이나 리콜 은폐가 밝혀졌을 때, 그런 기업 태도는 사회 윤리에 비추어 절대 용인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될 시 귀사의사업 실적에 미칠 타격도 상당할 거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결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지금까지 해온 은폐 공작, 리콜 은폐를 자세히 밝혀 세상에 사죄하고 동시에 아카마쓰운송에 보상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아닐까요? 만약 그럴 생각이 있다면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다는 겁니다."- P627
‘별 볼 일 없는 동네 운송회사 주제에..‘
그건 전에 아카마쓰운송이 클레임을 걸었을 때 사와다가 느꼈던 생각이다.
훅 불면 날아갈 듯 영세한 중소기업이 매출액 2조 엔을 자랑하는 호프자동차에 창을 들이대다니. 건방지고, 아니꼽고, 주제넘은...... 이런 표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 그런 표현 중 어느 것도 아카마쓰에게 어울리지 않
는 것 같았다. 아카마쓰를 칭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협이 느껴졌다. 1억 엔이나 되는 보상금조차 걷어차는 아카마쓰에게는
‘완고‘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 완고함 때문에 두려운것이다.- P647
순간 숨을 죽인 미야시로의 표정에 차츰 분노가 떠올랐다.
"반환을 요구하는 부품을 폐기했다는 건가요, 호프자동차가?"
"증거가 될 테니까. 인멸한 걸 테죠."
혀를 세게 쯧쯧 차면서 미야시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아카마쓰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야시로가앉아 있는 소파 맞은편 의자에 몸을 던지듯 주저앉았다.
여태까지 쌓아 올린 것이 무너진 듯한 충격을 받았다.
대체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무엇이었던가?
거듭된 호프자동차와의 교섭. 무시당하고, 휘둘리고,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끈기 있게 물고 늘어져 직원과 회사, 그리고 가족의명예를 위해 싸워왔다.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거래처의이탈, 도산 위기. 내 손으로 사고를 한 건씩 꼼꼼하게 체크하고 전국 운송회사를 찾아다닌 나날들......그런데 결말이 이게 뭔가.
"호프자동차는 대체 제정신인가? 해도 너무 하는군."- P698
사와다는 결국 호프자동차를 파괴했다. 회사에 얹혀산다고 생각해 회사를 부모처럼 여겼는데 그 신념을 굽혔다. 한 차례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냥 아주 조금 실망했을 뿐이다.
이 호프자동차라는 조직에, 그리고 거기에 모든 걸 걸었던 자기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그게 모두 지난 일이 되어, 이제 그 혼돈 속에서 뭔가 미래가 생겨난다면 좋겠다.- P767
힘들지만,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해내고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 어떻든 이렇게 살고 있어요.
아카마쓰는 가슴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똑바로 앞을 보았다.
고마워요, 직원 여러분.
고마워, 여보. 그리고 아이들도.
모두 다 내 소중한 보물이야.- P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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