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뭐든지 해볼 생각이에요."
상미는 김연영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민서랑 수경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민서가 수경이를 죽일 만한 동기가 뭐였는지."
상미는 코웃음 쳤다.
"뭘 할 건데?"
네까짓 게.
"무엇이든요."
아무리 파봐도 우리 민서가 수경이를 죽였다는 증거는 안 나올거야. 우리 민서는 그럴 애가 아니거든. 그리고 그럴 만한 이유도 없거든. 그럴 만한 애도 아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 그런 일이일어날 순 없어. 네가 잘못 짚은 거라고, 이 멍청한 년아.
"무슨 짓이든?"
김연영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 입술이 열리더니 마치 다짐하듯대답했다.
"무슨 짓이든."- P224
그래서 엄마가 연락이 없는 건 나에게 차라리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데 연영 언니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언니를 피해 숨을 곳이 없었다.
붙잡는 언니, 뿌리치려는 나...
‘민서야, 제발 말해줘. 수경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 수경이 컴퓨터 보니까 친구와의 이별 어쩌고 상담한 글이 있던데, 너랑 왜 사이가 멀어졌던 거야? 말해줄 수 없을까? 너랑 멀어졌다고 해도 수경이가 자살한 건 말이 안 돼. 너도 알잖아! 유서? 절대 아니야. 그거수경이 글씨체 아닌 거 너도 알잖아!‘
‘몰라요. 난 그거 못 봤어요.‘
‘한번 봐봐. 경찰들이 내 말은 이제 들으려고도 안 해. 네가 가서말해주면......‘
나는 언니가 보는 앞에서 뛰어내렸다.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도, 엄마가 내가 원조교제 같은걸 했다는 사실에 상처 입을 필요도, 수경이만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갈 이유도 사라질 것 같아서.
떨어지면서 내가 후회한 건 딱 두 가지였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해주지 못한 것과, 연영 언니에게수경이가 평소에 언니를 얼마나 많이 존경하고 사랑했는지 알려주지 못했다는 것.
그 두 가지.
사실 죽었어야 할 사람은 나였는데 수경이만 죽었으니까. 나도그 길을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내 친구 수경이가 외롭지 않게.- P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