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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님의 서재
  • 책을 뒤쫓는 소년
  • 설흔
  • 11,520원 (10%640)
  • 2018-07-06
  • : 344

  
정말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의 초반에 주인공 둘이 만나며, 서로 손을 잡았을 때 처음 ‘따뜻하면서 차가운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 또한 모순적인 묘사 밖에 하지 못하겠다. 온도처럼 대응되지는 않지만, 충분히 특이한 느낌이 들었다. 흥미진진하고 황당하다. 이상하면서 흥미롭다. 책을 찾아 떠나는 책을 씨와 섭구 씨의 기이한 여행.

  
  
그 프롤로그 또한 독특하다. 만화로 이야기의 배경이 드러난다. 어느 날 헌책방에 군밤 장수가 찾아와 군밤 봉투를 사라고 권한다. 군밤도 아니고 군밤 봉투를? 하지만 봉투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주인은 모두 사들인 뒤, 원형을 복원한다. 그랬더니 《책을 씨와 섭구 씨의 기이한 책 여행》이란 책이 나타났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바로 이 책에 담긴 여행담이다. 그것이 바로 ‘책을 뒤쫓는 소년’이다.

‘책을 뒤쫓는 소년’의 주인공 이름은 ‘책을’이다. 동행자인 ‘섭구’가 말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해학적인 말장난 같다. 이 책은 ‘책을’이 섭구와 함께 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국의 곳곳의 마을을 들러 책을 찾는 과정에 대해 동행자 ‘섭구’는 ‘책을 쓰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책을 찾아, 책을!”이라고 외치는 섭구 씨의 말에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반점을 바꿔도 말이 되니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과거 배경에서 책을 찾는 ‘책을’과 ‘섭구’의 이야기는 풍부한 동시에 가볍고 술술 읽힌다. 둘이 스쳐가는 마을마다 수상한 사람들과 특이한 이야기로 꽉 차있으며, 조선을 연상시키나 100% 일치하지는 않는 판타지적 배경이 특이하기 그지 없다. 책을 얻은 후, 그 책에 대해 실재하는 역사적 모티프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되는 챕터 연출은 친절하면서 상징적이다.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니고, 소설이면서 소설이 아닌 수많은 상징들에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아닌지 헷갈린다. 판타지 소설에서 이토록 현실성을 느낄 수 있을까 싶다.

창비의 ‘책을 뒤쫓는 소년’은 가볍고 재밌는 이야기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무겁게 읽힐 수 있는 중의적인 책이다. 한 권의 책이 독해되는 맥락은 다르다. 누가 읽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작가의 말에서 ‘설흔’은 “주제넘게 ‘책에 관한 책’을 썼으니 보르헤스를 인용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고 한다.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우리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책을’과 ‘설흔’과 함께 조선 시대같은 동양적 배경의 판타지적 책 문화사를 읽고 그 해답을 채워나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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