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지금도 '경매'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주인공 집안이 망하고 붙는 딱지를 연상해서 경매가 착한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거나, 일반 사람은 감히 엄두도 못낼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되면 경매가 꼬이고 꼬인 권리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해결사이기도 하며 법원에서도 보증을 서주는 합법적인 판매의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아는 사람들만 투자하는 재개발, 재건축이나 멀리 임장 나가기도 버거운 다른 부동산 투자법과는 다르게
경매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정년이 없으며,
제대로 된 판단만 할 수 있다면 파격할인가에 집을 소유할 수 있고,
원금보장이 되며(이건 합리적인 거래를 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일반 주택보다 큰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단기간 수익도 가능해 오래 돈을 묶어두지 않아도 되는 등 장점이 꽤 많다.
나 또한 그러한 가능성들을 접함과 동시에 그동안 국내/해외주식, ETF, 비트코인, 부동산 등등 다양한 투자방법 중 그래도 어느 정도 나에게 맞다고 생각된 투자가 부동산이어서 주택이나 상가, 토지 투자를 넘어 자연스레 경매쪽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한 때 잠깐 관심만 가졌던 토지는 간혹 큰 수익률을 가져다주지만 많은 발품과 시간이 드는 단점이 있는 반면 경매는 최소한의 발품과 시간 기회비용이 드는 것이 장점이었다.
투자N은 서울·수도권에서 매년 10건 이상 17년째 낙찰받으며, 지금까지 현장에서 뛰는 저자말로는 경매기술자이며 업계의 고수이다. 중간에 한 번 위기를 겪으며 다시 성공한 케이스라 투자 경력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과 내공이 느껴졌다. 그간 내가 주워 들은 이야기로는 명도의 어려움은 기본이고 경매를 받고 나서 열어봤더니 집이 난리났다거나, 누가 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잠복하거나 우체통을 염탐하는 등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봤는데 이 책에는 누구나 처음에 흔하게 겪을 수 있는 경매의 어려움에 관한 사례들이 많이 실려있는 편이다.경매 공부를 얼마나 오래 해야 시작할 수 있나요? 권리분석 몰라도 경매할 수 있나요? 임장갈 때 옷차림도 중요한가요? 이런 초보적인 질문부터 경매에 유리한 시기는 언제인지, 경매 관련 서류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위반건축물을 낙찰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외국인 임차인도 대항력이 있나요? 이런 다양한 경매 변수들에 대해서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책은 저자가 과거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겪었으며, 하지만 지금은 성공해서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자랑만 늘어놓다가 '자세한 내용은 본인의 강의를 들어라'로 실속없이 끝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힘인지, 출판사의 힘인지 글을 군더더기 없이 읽기 쉽게 잘 쓰셨다. 저자의 글쓰기 능력까지 부러울 정도. 물론 이 책 한 권만 읽고 경매투자를 시작하실 분들은 없겠지만 초보자가 읽기에도 적당하면서 약간 심화된 경매지식까지 담고 있어서 경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깊이 자세히 두고 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