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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님의 서재
  •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
  • 이동해
  • 16,110원 (10%890)
  • 2024-08-27
  • : 1,486
1935년 태어난,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한 사람, 허홍무의 역사를 읽었다. 그 사람의 삶이, 내 안에서 아프다. 1925년 황해도 백천에서 태어나 2019년 돌아가신 내 엄마의 이야기가 그 안에서 살아난다. 엄마와는 달리 그 시절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은 내 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을 그리게 된다. 만주 등으로 가고, 지리산 등으로 숨어들어 삶을 펼쳤던, 내가 읽은 소설, 드라마, 영화 안에서 내게 다가왔다가 잊혀진 사람들이 견뎌내야 했던 울분, 두려움, 외로움과 의로움이 아픈 춤을 춘다. 잠자리에 누워 그들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책은 대한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해방을 맞이했지만, 스스로 독립하지 못한 나라가 맞이하는 문제들. 미군정시대, 누군가에겐 일제강점기보다 더 곤혹스러웠던 시간에서 또 다시 이어진 6ㆍ25와 인공 치하를 버텨내고,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가는 중 겪은 민중의 고초! 그런 고초들의 배경과 구조적 문제를 읽기 쉽게, 조목조목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전달해준다. 허홍무 개인의 구술로 이야기를 시작해, 맥락을 찾고, 철저한 검증 작업을 마치고 특정함으로 작가는 개인의 역사에서 우리의 역사로 나를 데려갔다.
허홍무의 역사, 내 엄마와 가족의 역사가, 그가 데리고 간 우리의 역사 안에서 재구성된다.
인공치하를 지나 그야말로 아비규환, 격변의 시기를 대학생 신분으로 숨어지냈던 강신항은 그런 우리의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기로 기록했다.

"우리는 일제로부터 군정으로, 군정에서 민국으로, 민국에서 인공국으로, 이제야 다시 민국이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럴 적마다,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람들끼리 서로 죽였다. 1차 해방시는 친일파가 죽었다. 그러나 국군이 후퇴할 적에는 보도연맹 관계 좌익이 좌익이 모두 죽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인민군이 왔을 때 미처 도망 못간 우익 간부가 총살 당하였다. 이제 이제 인공국이 가면서 우익을 죽이려 한다. 그리고 현재 죽이고 있다. 우익들은 피신중이다. 좌익들도 또한 살육을 하면서도 도망중이다. 남은 인민들만이 어쩔 줄 모르고 이쪽저쪽만을 바라보고 입을 벌리고 있다." (164)

이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도무지 사회과목에 취미가 없었다. 그 영역을 손에서 놓고 공부한 적이 없고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예비고사가 있던 시절, 사회과목이 나의 발목을 어느 정도 붙잡았을 것이다. 지금 아주 조금 아는 지식이 있다면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들과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 그리고 몇몇 분의 소설과 1925년에 태어난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동해 작가가 말하는 거시적 역사상과 구조적 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할 뿐이었는데, 이제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저자 이동해와 출판사 푸른역사에 감사한다.

구술사를 통해, 힘겨운 삶을 토해내지 못했던 허홍무 할아버지. 여전히 어려움이 이어지던 할아버지와 가족 간에 회복이 일어나서,
더욱 감사하다.

"끝까지 살아내주셔서 독자인 저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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