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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규님의 서재
  • 잊혀진 것들의 도시
  •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 16,200원 (10%900)
  • 2022-01-25
  • : 13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해한 책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몇 번을 읽어보아야할지? 그러나 내게는 시간이 없다. 읽어야할 책들은 책상 위에 수북히 쌓여있다. 여기에 얼마큼의 시간을 들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그림책의 책장을 넘겼다.


잊혀진 것들의 도시

지은이는 이탈리아의 라비에리에서 2013년 이후 꾸준히 여러 권의 책을 내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 작가이다. 

표지에는 멜빵 바지를 입은 까마귀가 빗자루와 쓰레기받이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색상은 보라, 연노랑, 검정, 검은 파랑, 하양 등을 사용하였다. 움울하고 분위기가 묘하다. 까마귀의 눈이 하늘을 쳐다보는게 예사롭지 않다.


동양북스 책소개에는 "인류가 창조하고, 사랑하고, 잊어버린 모든 것에게 고하는 가장 화려한 작별. 우리에게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책은 우리에게 잊혀진 물건들이 모여 있는 한 도시와 그 도시를 관리하는 어느 까마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환상적인 모험담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일러스트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선을 뗄 수 없는 신비로운 장면들과 예측할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독자들을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로 이끌 것이다." 라고 쓰여있다.

잘 모르겠다. 도대체 모르겠다. 그러나 그림의 구성과 전개는 무언가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다. 사막-괴상한 도시 -쌓여진 집들- 창문없는 집들- 나이 지긋한 노인(까마귀? 왜지?)-달팽이- 샤(잊혀진 것들의 도시) - 까마귀(샤의 주인)-보물창고 관리-책-편지들-시계-고양이들-'말'

(책에 쪽수가 없구나.)

까마귀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말들을 병에 담아 두었습니다. 가끔식 병마개를 열고, 멀리 날아가는 말들을 보며 조용히 눈물 흘릴 수 있게 말입니다.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이별의 아픔?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

눈물은 작은 유령들의 먹이로 쓰였다. 아 그렇네, 작은 유령들은 무얼 상징하는 건가?

하나도 제대로 이해되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을 던져 버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잊혀진 것들????

나에게서 잊혀진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친구들, 나의 부모님, 나의 추억, 나의 시간, 나의 땀과 노력, 과거의 사실들은 지금 남아있는 것들도 있지만 모두 사라지고 나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거의 잊혀져버렸다. 


유령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 댔습니다. 너무나 날카로워 그들이 아침밥을 먹을 때에는 '두려움들'도 겁에 질려 옷장 안에 숨어든 채 벌벌 떨었습니다. 

두려움들도 잊혀진 것들이었다. 그래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담대해진 점도 있고, 사리분별을 하며 어느 것을 진짜로 두려워해야 하는 지를 알게 되면서 많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런데 여전히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두려움들이 겁내는 것이 무엇일까?

유령의 정체는? 

매일 밤 까마귀는 버려진 알들을 향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림책에는 까마귀가 책을 펼치고 커다란 알을 만져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나온다.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은 심술궂은 알이 있는데, 그들은 밖으로 나가 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알과 이야기, 까마귀와 별?

잊혀진 장난감들은 까마귀의 꿈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 장난감들을 모두 넣을 수 있을 만큼 큰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꿈이 나온다. 꿈 속의 꿈같은 이야기이다. 꿈에 보관된 장난감들~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장난감들이 생각난다.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밤이 되면 사막은 바다가 된다.

샤(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들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집들은 제각기 떨어져 나와 춤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밤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사막과 같은 삶의 현장이 밤에는 바다처럼 들꽃처럼 활짝 피어나고 요동치는 곳이 되는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오히려 사막한 삶의 순산들에서 잠시 머물러 쉬게 되면 그야말로 삶이 요동친다.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더 고민하고 옛날의 추억들이 요동치고 그때는 그랬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삭막할까? 들꽃처럼 피어난다.


동이 틀 무렵 바다는 다시 사막이 되었고,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밤사이 추락한 이상이었다. 이상(理想) ? 오히려 밤에 이상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밤 사이에 사라졌던 이상이 낮에 다시 찾아온다니? 그렇기는 하다. 모든 사람들이 낮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은 이상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진짜 그것이 이상일까? 현실에 쪄들은 이상? 진짜 이상은 뭐지? 나는 왜 이렇게 독후감을 쓰고 있지?

나의 이상은 뭐야? 나는 훌륭한 작가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독후감을 올리면서 바라는 과제를 하나는 해결하고 나가게 된다. 그만큼 이상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나의 이상일까? 이상은 그렇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단계씩 가까와지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이상처럼 변해버리는 것일까?


이어서 그 외의 것들, 잊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도착했다. 온갖 기억으로 뒤덮인 사막에서 샤의 주인은 매일 아침 아주 진지하게 선별 작업에 임했다. 

예를 들어 돈은 냄새가 고약한 물건과 함께 전부 태워 버렸고, 신발과 양말 그리고 라이터는 달팽이에게 먹이로 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샤는 잊혀진 것들의 도시이다. 현실이 아니다. 아니 현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현실은 잊혀진 것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꿈이 잊혀지고 이상이 사라지고 현실의 막막한 벽 앞에 온갖 기억들 중에서 아주 진지하게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삭막한 대도시의 개인주의화된 현실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달팽이는 누구지? 느릿한 달팽이? 까마귀의 등 뒤에 엎혀있는 달팽이~


'거울'이 나온다. 거울에 비추인 까마귀는 까마귀가 아니다. 머리숱이 거의 없는 대머리에 흰 턱수염이 더부룩하게 길게 자란 안경쓴 노인이다. 안경이 두 개나 된다. 

까마귀는 거울을 발견할 때마다 돌처럼 굳어 버렸고, 하던 일을 모두 멈추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자신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조차 잊게 만드는 도시, 잊혀진 것들의 도시?

그러는 동안 달팽이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거울이 모래로 뒤덮이고 나서야 까마귀는 정신을 차리고, 도시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달려갔다. 도시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는 작은 우물 하나가 있었다.

그는 어깨에 거울을 메고 자세를 낮춰 천천히 우물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잊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직 거울 앞에서만 제 색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까마귀는 잊혀진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거울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여기서 생각해보면 까마귀는 작가이고 거울은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잊혀진 것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기억해 내라고 거울처럼 사람에게 읽혀지는 것이고, 작가들은 그런 거울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 많은 달팽이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샤에서는 한때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고, 전쟁이 끝난 뒤, 샤에 악취를 풍기는 거대한 알이 떨어졌다. 이게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작은 행성이라고 한다. 지구를 가르키는 것일까? 멸망 직전의 지구, 깨어진 지구, 

작은 유령들이 타들어가는 행성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잔바람을 일으켰고 행성의 상처를 소독하는 일에 그동안 모아 놓은 눈물을 전부 다 써버린다. 

잊혀진 것들에서 나온 눈물을 다 써버렸다. 

밤이 되자 행성은 온통 푸른빛을 띠었고, 사방으로 향기를 내뿜었다. 그런데 행성의 상처 깊숙한 곳에 폭탄이 박혀 있었다. 터지지 않은 폭탄~ 샤의 주인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결국 폭판이 폭발하고 행성에 가득한 모든 것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과 기억의 폭풍

그것은 인류가 창조하고, 사랑하고, 잊어버린 모든 것에게 고하는 가장 화려한 작별이었다. 까마귀는 폭풍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꿈에서 보았던 노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깨몽~ 기억과 상실, 되돌려진 기억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그냥 느낌이 있을 뿐이다. 창조, 사랑, 추억, 작별, 

작은 행성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었다.

서둘러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행성은 우주 그 어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멀리 날아갔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행성, 그리고 기억은?

샤는 점점 가라앉는다. 남겨진 건 까마귀와 우물뿐. 우물 속에서 한 소녀가 밖으로 떠오르더니 그날 밤, 잊혀진 사람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사흘 후에 샤의 주인도 발코니에서 훌쩍 뛰어 날아가 버렸다.

이제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영원히 잊혀지는 것일까?

그러나 여전히 샤에는 잊혀진 것들이 끊임없이 도착했고, 책의 활자들과 낙서들을 깨끗이 씻어내는 일은 계속 되었다. 

누가 이 일을 하는 것이지? 샤의 주인이 사라졌는데?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단어는 '장미'입니다.

제가 꿈을꾸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잊혀진 것들을 돌볼 것입니다.

마지막 쪽은 달팽이가 벽에 붙어있는 장면이다. 

달팽이가 남아있다. 달팽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느릿느릿 모든 것을 먹어치우던 달팽이~ 


그냥 느낌만 있다. 잊혀지는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어딘가 쌓여지고 있는 잊혀진 것들~ 누가 그것을 기억할 것인가? 무엇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나는 잠재의식 속에 그 모든 것들을 담겨두고 산다. 언제 어떻게 표출될지 모르지만 그 잊혀진 것들로 말미암아 오늘 내가 있다. 그리고 내일을 향해 살아간다. 마지막 날에 이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서 내가 누구였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 마지막은 어떠했다는 것을 숨김없이 증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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