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경의 신작 '빽넘버'는 어느날 가족과 함께 겪는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이 죽고
겨우 겨우 사고 현장에서 살아 남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사람들 등에 써 있는 살아 있는 날들의 숫자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이 마지막 깨달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지만 부모가 모두 죽고 온 몸에 철심을 박고 살아가야 하는 20대 청년은
남들의 등에서 살아남는 날들의 숫자를 보지만 자신의 것은 보지 못한다.
이후 사신도 보고 다른 사람도 구하는 등의 일들을 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부모가 사고로 죽던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던져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살아있는 것의 의미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져주는 후반부가 긴박감있게 전개되어 재미가 있다.
냉장고, TV,오디오 등이 제자리 가만히 앉아서 사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데 비해 리모콘은 늘 분주하게 어딘가 싸돌아다닌다. 소파 밑이나 서랍 속, 욕실 신발장 등 안 가는 곳이 없다. 참으로 자유 의지가 충만한 생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