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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
딸기소다  2008/11/12 16:58

방대한 문장과 현실과 과거, 혹은 환상을 오가는 시차의 개념을 뛰어넘는 저자의 글빨! 에

솔직히 놀랐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 가슴이 찡하는 그런 감동을 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을 한순간에 바꿔버린 '가고일'

 

읽기 전에 줄거리를 이미 읽어본 다른 분들의 서평과 정보들로 어느정도 밑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호기심은 이미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책 안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꺼리'가 필요했을 뿐이다.

내 예상은 빗나갔고, 내 시간은 몇날 몇시간을 가고일에 가 박혀 있게 되었다.

1인칭으로 시작된 주인공의 이야기.

피할 수 없는 사고와  외모와 성기, 자신의 모든 게 다 타버린 상황에서 죽음의 길밖에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모습과 처절한 치료 과정.

스냅 사진이 아니라 영화처럼 한 씬 한 씬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듯 묘사된 책 속 내용은

그야말로 '우아, 이거 물건이다.' 를 연발케 했다.

 

마리안네 엥겔- 이 불멸의 사랑이라는 부제의 열쇠를 지고 있는 그녀의 등장으로 스토리는

하이라이트를 치닫는다.

곳곳에 그림자처럼 붙어 '에로스'와 '플라토닉'을 오가는 러브 스토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생에서 겪은 마리안네와 그의 사랑이야기 즉, 4명의 사랑이야기

(프란체스코, 비키, 세이, 시귀르드르)는

쏙쏙 뽑아 따로 다시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진귀하게 느껴졌다.

 

마리안네의 가고일을 조각하는 방식을 설명해놓은 부분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의 제목이 가고일 인지,

물을 삼킨 스펀지가 물을 뿜어내며 홀가분해지는 그런 기분처럼 머리가 가벼워지기도 했다.

차마 현실에서 있을 법 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가고일(고딕 성당의 외벽을 장식하는 괴물 형태의 물받이 조각상)의 외형이 실제로 주인공의 외형과 흡사하고, 그런 외형보다는 전생과 영혼을 오가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그들에게있었기 때문에 불멸이라는 단어도 무색할만큼 쨘하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육체가 가지는 사랑의 의미가 아닌 정신적인 사랑의 의미로 생명까지 담보될 수 있는

그런 불멸의 사랑.

가고일은 그런 두 남녀의 사랑의 상징물이다.

사랑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돈과 외모 등 점점 보이는 것에 유혹되고, 일회용적인 러브 스토리가 판치는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노멀한 요즘.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리얼리티가 숨어있는 가고일,

다들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필독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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