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풍의 사랑에 관하여
릴리안 2026/06/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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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관하여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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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5-12-20
: 120
눈부신 흰 바탕에 초록의 반짝임이 더해진 귀엽고 작은 책이다. 설렘을 표현한다면 이런 분위기일까. 뒷표지의 초록색 부채 역시 체호프 시대의 사랑을 담아낸 듯하다. 체호프의 단편 네 편이 묶인 이 책은 읽는 내내 내게 조용한 질문을 던졌다.
처음 읽을 때는 그 질문이 뭔지 몰랐다. 그저 나와는 먼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네 편의 사랑 이야기를 다 읽었을 때도, 난 그들 곁에 온전히 서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그저 시대 배경이 달라서 생긴 거리감일까 싶었는데, 책장을 덮으며 비로소 알았다. 아, 우리 시대와는 전혀 다른 사랑의 유형이라서 그랬구나, 하고.
직설적이고 즉각적인 사랑이 익숙한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체호프의 사랑은 답답하고 막막하다. 체호프 시대의 사랑이 '부채'라면, 지금 우리의 사랑은 '에어컨'이고 '서큘레이터'이지 않나. 사람들은 가끔 얇고 작은 책들을 우스워하기도 한다. '벽돌책 읽기'처럼 두껍고 무거운 책을 읽는 것만이 지성의 무게인 양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이 얇고 작은 책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인공적인 바람에 익숙해져 자연 바람을 잊고 살던 내게, 이 작은 책은 묵직한 질문 하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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