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상자를 열면
곰여시 2025/01/3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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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스
- 예니 에르펜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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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4-11-26
: 3,169
예니 에르펜베크의 소설을 처음 접한건 2018년 하반기였다. 소설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독서편식주의자였던 나였으나 라디오를 통해 들은 <모든 저녁이 저물때>의 한구절은 당장 책을 주문하게 만들었다. 작년에 독모에 추천하고 함께 또 읽을 기회로 예니 에르펜베크의 책을 다시 찾기도 했는데 돌아온 것은 절판소식이었고 적잖은 실망이 몇달간 떠나지 않았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책소식과 함께 부커상 수상소식을 들었다. 어쩌면 <모저저>도 다시 출간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극한 독모장인 솔로몽님을 통해 듣게된 독모책지원소식은 또 다른 이벤트로 새해를 여는 기쁨이기도했다. 도착한 <카이로스>는 어떤 책일까 들뜬 마음이기도 했다. 우선 작가가 앞세운 파격적 스토리 뒤의 것에 내 관심은 쏠렸다.
거대한 역사의 축 사이에 낀 세대간의 연결과 파열을 오래된 상자에서 꺼냈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크로노스의 시간이면에 숨겨진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는 것. 병행독서를 하던 한강의 <흰>에서 저자가 서있던 곳. 베를린장벽.그리고 장벽이 허물어졌을때 TV를 통해 보던 나. 물적 장소를 통해 서로의 시간이 지나고 거듭되고 누군가의 시간은 상자속에 기억너머에 있다가 다시 발견되기도 한다. 그때 발견되는 시간과 기억은 카이로스의 시간만이 남는게 아닐까.
p215 한편이 다른 편을 죽도록 두들겨 패도록 내버려두었다고. 일관성이 파괴를 부른다.
죽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좋다는 건가요?
한스는 아버지에게 물었고 아버지는 침묵했다.
창백한 청년 한스는 붉은 현수막에 반파시즘이 쓰인 동독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죽은 자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에 대한보상은 희망을 높게 갖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40년 동안 해답으로 여겼던 것이 해답이 아니었고 더 이상 답이 될 수도 없다면, 40년 전 희생자들의 죽음은 헛되였던걸까? 누가 감히 저승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 그들이 헛되이죽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를 묻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도서를 지원받아 쓴 서평입니다>
<모든 저녁이 저물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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