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제는, 비록 해석학은 낡은 유물이긴 하지만, 그 다름조차도 결국은 해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해석의저편에 엄존하는 새로운 경험, 새로운 현실 인식과 질서의선험적 근거를 이루는 초월론적 경험을 말한다고 해도, 대체로 그 경험은 생활실천적 차이의 임계치보다 저조한운동성을 지닐 뿐이다. 이를테면, ‘차이‘라는 새로운 종류의실천을 위한 인식의 지평이 차이들 그 자체의 쇄말(瑣末)스런유희로 재관념론화하곤 하듯이, 해석이라는 근대적 학문의지평이 오히려 실천적 주체의 책임 있는 결절을 유예시키는관념론적 알리바이로 전락할 위험은 상존한다. 이 지적은결코 과장이 아니며, 생활양식의 진보와 무관하게 담론의수입과 유통이 급속한 우리의 지식계에서는 특히 심각하게체감되는 현실이다.-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