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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 그리고 레몬사탕
  • 박소을
  • 12,600원 (10%↓700)
  • 2026-08-10
  • : 275

여름은 끝나도 좋아했던 마음까지 제때 끝나지는 않나 보다.


『얼음 그리고 레몬사탕』이라는 제목을 보면 입안부터 시원해진다. 파란 표지에 노란 레몬, 그 곁에 얼음까지. 그런데 박소을의 시에는 더위를 잊게 하는 장면만큼이나 누군가 때문에 열이 나고 마음이 축축해지는 순간도 많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자꾸 더워지는 책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별것 아닌 하루도 조금 달라진다. 「윤슬」의 들뜬 마음이 딱 그렇다. 숨이 차도 웃음이 나는 쪽으로 자꾸 달려가고 싶어진다. 그러다 「용해도」에 이르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내 단단한 모습이 허물어져도 괜찮을까 생각하게 된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 사람 앞에 같이 놓인다. 사랑이 어려운 건 이런 순간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건 그 마음을 말하는 데 어려운 준비물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수영장, 여름 감기, 땀, 냄새. 여름이면 늘 곁에 있는 것들이다. 「수면 아래의 온도」에서는 물속에 들어가자 주변의 소리가 멀어진다. 시끄러운 마음을 잠깐 쉬게 할 곳이 저런 데라면 좋겠다 싶다. 그러다가 「하절기 침수」에서는 이별한 뒤에도 자꾸 돌아오는 기억 때문에 다시 젖는다. 같은 여름인데 물속이 편안했다가, 물에 잠기는 일이 막막해진다.


「보관주의」라는 제목 앞에서는 살짝 웃음이 났다. 아끼는 마음에도 보관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오래 꺼내두지 말 것, 뜨거운 곳을 피할 것. 상처받을 때마다 뒤집어 읽을 주의사항이라도 붙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좋아하는 동안에는 적당한 온도를 지키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이 시의 시큼해진 마음이 귀엽다가도 아픈 건 그래서다.


이 책의 여름을 무조건 찬란했다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설레서 잠 못 든 밤도,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자꾸 떠올라 잠 못 든 밤도 한 계절 안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연인이, 누군가에게는 멀어진 친구가 생각날 것 같다. 같은 시를 앞에 두고도 서로 다른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좋다.


가을이 오면 여름옷은 넣어둘 수 있는데 마음은 그렇게 정리가 안 된다. 아직 아쉬운 게 남아 있다면 조금 더 꺼내두어도 되겠다. 그때 좋았던 것까지 서둘러 치우지는 말자. 다음 여름에 이 시집을 펼치면 어느 페이지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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