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그라운드( @booksground )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정우는 수학을 좋아한다. 답이 정확하고 시간만 충분하면 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과 점점 흐려지는 시력은 어떤 공식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이 책은 ‘끝없는 밤’을 앞둔 아이를 서둘러 낙관하게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마음 곁에 오래 머문다.
해가 진 뒤 열리는 늑대 선생님의 음악 수업에서 어둠은 패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른 감각을 열어 주는 시간이 된다. 보이지 않게 되어도 삶의 연주가 멈추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은 장애를 극복담으로 밀어붙이지 않아 더 단단하게 남는다.
정확하고 익숙한 일상은 따뜻한 색연필로, 불안과 변화는 번지는 물감으로 그려진다. 그림의 질감이 정우의 내면을 대신 말해서 독자는 그를 밖에서 관찰하기보다 그의 눈과 마음으로 장면을 통과한다.
개정증보판의 새 에필로그는 눈 내리는 개기월식 아래 정우와 늑대 선생님의 시간을 다시 잇는다. 어둠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조용히 넓어진다.
상실을 다룬 어린이책이면서 이미 많은 것을 잃고도 돌아볼 틈 없이 살아온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다. 누군가의 밤을 대신 밝힐 수는 없어도 곁에서 함께 연주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