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marskai님의 서재
  • 육질은 부드러워
  •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 15,750원 (10%870)
  • 2024-04-24
  • : 358
1부를 읽는 내내 피비린내가 코끝을 떠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손에 쥔 것이 빳빳한 종이가 아니라 물컹한 살가죽인 것 같아 내내 찝찝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들로 인해 반려동물도, 가축도, 동물원도 모두 ‘방역’이 된 세계에서 지금까지 잘 사용했던 가축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꼽힌 것은 ‘특별고기’라는 단어 속으로 숨어버린 가축화된 인간이었다.
동물복지가 확실히 뜨거운 이슈이긴 한 것같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동물과 인간에 대한 미러링이라고 보여지는데, 1부에서는 동물의 가축화, 공장화된 축산시스템, 도축, 도축된 가축의 쓰임새와 이용들을 동물대신 인간으로 대입시켜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현재 ‘가축’이 얼마나 비정하고 잔인한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잔인함을 느낀다고? 그럼 너네가 먹는 고기. 너가 드는 가방. 전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봐. 너도 결코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없어. 저 상황을 결코 비난할 수 없을걸?”

그 덕분에 고기를 먹기 힘들어져 책을 읽는 내내 치킨값은 굳고 빵 소비량이 늘었다.

주인공 마르코스 테호의 아버지는 아내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버려진 개를 데려와 키우는 점잖은 육류가공공장의 주인이었다. 동물을 죽이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의 아들이 수의사가 되고 싶어졌다는 점이 좀 흥미로웠다.

[15P. 어려서 일을 막 배우기 시작했던 그는 고기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결국 돼지에게 물어뜯겨 손이 거의 떨어져 나갈 뻔 했다. 작업반장과 다른 직원들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세례를 받은 거야. 그들은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돼지에게 물리고 난 뒤부터 직원들은 그를 사장님 아들이 아닌 그들과 함께 일하는 팀원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마 당시의 가공공장은 좀 더 사냥꾼의 마인드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는 하등한 개체가 아니라 그들 덕분에 먹고 살고 입을 수 있는 어느정도 비등한 고마운 존재. 그렇기에 테호가 수의사로 진로를 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회로는 사실 2부로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깨진다. 그래, 이렇게 망해버린 세상에도 좀 정신이 있는 사람은 있을거야. 하는 생각을 하지만 1부가 자본주의와 식인합법화의 결합을 보여줬다면 2부는 거기에 부합한 온갖 인간세태를 보여준다. 종교. 가정내가축사육. 빚을 진 사람과 빚을 지운 사람들의 놀이. 그리고 테호의 결정까지. 동물권에서 돌도 돌아 인권으로 다시 돌아오는 2부의 스토리를 보며 작가가 글을 확실히 잘쓰는구나 싶었다.

책모임에 들고 나갔는데, 아르헨티나작가분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다들 우르르 웃으며 납득했다. 워낙 식육산업이 발달한 나라니……. 중간에 우를레트라는 사육장 주인이 나오는데 루마니아 출신에 죽음을 쾌락화 시킨데다가 귀족적인 분위기에 데코레이션으로 꼬챙이에 꿰인 흑인들의 사진을 걸어놓은 사람이 나온다. Urlet을 찾아보니 비명이라는 뜻이 있다는데….이거 아무리봐도 드라큘라느낌이 나서 좀 웃었다.

마지막 결말이 좀 너무 임팩트만을 위해 갑자기 저런식으로 끝내버린것 아닌가 싶어서 오히려 좀 납득이 안가고, 묘사가 자칫하면 좀 위험할 수 있겠다 싶지만 아슬아슬하게 선을 잘 탄것 같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 든다. 추천.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