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내의 종북 논란과,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논란, 내란음모사건과 정당 해산까지 한때 진보정당으로서 큰 기대를 모았던 민노당-통진당이 추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에는 '종북' 세력이라 불리는 NL, 그 중에서도 주사파가 있다.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폭압적인 북한 체제와 김씨 왕조를 옹호, 찬양하는 주사파의 존재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90년대 중반 서울 소재 대학에서 NL 운동권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쓴 논픽션이다. 평이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쓰여 있어 이해 불가능한 괴물로 그려지던 NL 주사파의 실체를 이해하는 좋은 교재다.
저자가 대학을 다닌 90년대는 민주화가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학생운동이 점차 쇠퇴해 가는 기미를 보였지만, 한총련을 중심으로 하여 학생운동의 조직과 운영 등이 체계화되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NL이 학생운동의 다수파가 되고 한총련을 비롯한 학생운동 조직들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 좌파는 민족해방을 중심에 둔 NL과 민중민주를 중심에 둔 PD로 양분되는데, 학생운동에 있어서는 NL이 다수파였다고 한다. 민족해방을 중심에 둔 NL은 반미와 통일을 운동의 핵심적인 테제로 내세운다. NL 중에서도 주사파와 비주사파가 있지만, NL의 상층부로 갈 수록 주사파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주사파 NL 역시 알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는 NL 주사파와 비주사파를 구분하는 의미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입생은 본인의 정치의식에 따라 NL과 PD 중 정파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와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묻고 있는데 본인의 주체적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따라 주사파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NL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입생 역시 자연스럽게 NL에 감화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학생운동 전체를 NL 세력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직의 문화에서 두 정파는 차이가 나는데 NL이 집단주의적이고 행동을 강조하는 반면, PD는 개인주의적이고 현학적이라고 한다. NL은 특히 품성, 예의, 의리 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일반적으로 유포되는 NL, PD에 대한 인상과도 일치한다. 그렇지만 학생운동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개개인에 초점을 두고 대학생활과 운동의 양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저자는 학생운동 경험을 통해 NL에 대한 몇 가지 비판과 반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다분히 비현실적인 인식이고, 또 하나는 조직 내의 비판이나 자성 자체를 금지하는 독선이다. 주체사상이나 조직 상부의 규칙을 절대시하며 그에 대한 다른 의견을 억압하는 모습은 NL이 내세우는 민주나 자주와 같은 가치와 정면에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PD나 다른 정파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정파 갈등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학생운동의 다양성을 없애고 쇠퇴로 이어진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경직된 조직 문화 또한 저자가 비판하는 대목이다. 상당히 흥미롭기도 하고 수긍이 가는 고찰이다. 좋든 싫든 한때 운동권의 주축을 담당했던 NL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