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에 '친구를 위한 복음' 이라는 책의 발췌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평소 인스타를 통해 여러 기독교 신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찰떡 같은 은혜를 받기도 하기에, 왠만하면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나역시 비기독교인이었고, 주변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구가 많기에 '친구를 위한 복음'이라는 제목 자체가 내게 참 솔깃했다. 믿지 않는 지인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있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맘에 반갑기도 했고, 나 역시도 신앙이 이래저래 흔들리던 터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내 인생을 응원해봐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쎄~한 친구를 위해'라는 소개글이 나를 향한 손짓같이 느껴지기도 했더라는.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 많은 세상적인 가치관과 우상들로 가득 했던 나의 삶이기에, 믿지 않는 친구들을 위해 특화된 이 책의 챕터 챕터가 나에게도 참 많이 와닿았다. 세상적인 즐거움과 목표들 속에서 허무함과 지침을 느끼다 예수님을 믿게 되며, 나의 삶의 가치관도, 삶의 방식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복음의 순전한 기쁨만이 아닌 여러 가지 불순물들이 나의 신앙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교회 안에서도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가치관들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 만남 가운데 복음만으로 기뻐하는 교제가 아닌 세상적 가치를 내세우는 교제, 모임이 실망스럽기도 하고, 어느새 나 역시 복음의 기쁨보다도 형식적인 교회생활에 젖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종종은 하나님의 복음을 나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보게도 되고, 하나님의 뜻보다 세상의 가치관에 정신없이 휘둘릴 때는 되려 세상적 기준에 성경적 잣대까지 드리워진 삶이 피곤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믿지 않는 누군가에게 전해주기 이전에 필히 읽어야 할 책이었다.
추천사부터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나름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곤 했는데, 어느새 30대가 된 나의 삶이 때론 참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복음이 있기에 그래도 또래 친구들보다 현실적인 욕심과 고민이 덜하기도 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세상적 가치가 정신없이 어퍼컷을 휘두를 때면, 나이를 먹어간다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인생의 불안과 미래에 대한 고민은 20대, 30대가 넘어 50대가 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니. 진로에 대한 응답은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니. 신앙이 바로 서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새 이런 저런 고민으로 흔들리고 있는 내게, '그 고민 너만 하는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고민하고 흔들려~ 우리의 참된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자'는 본질적이고도 확실한 이 말이 얼마나 시원한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추천사부터 끄덕거리며 읽어간 이 책은, 치열하고도 바쁜 세상 한복판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법한, 그러나 가볍지 만은 않은 고민들을 정말 친구, 좋은 선배와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듯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아무리 많은 것들을 갖추고 있고, 종교적으로도 많은 것이 완벽하다 할지라도, 진정한 복음이 없이는 텅 비어있는 우리네 인생을 조목조목 다루어간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펙, 사랑, 삶의 관계들. 이것들 가운데 복음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세상적 박탈감에 나도 모르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하나님의 사랑을 진지하게 묵상해 볼 수 있었다. 고난 가운데 만난 하나님의 사랑이기에, 늘 삶의 순간순간에 위로와 기쁨을 주시는 성경의 말씀들이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하다 이야기하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습관적인 그것이자 당연시되는 그것이었는데, 삶의 다양한 가치들 가운데 진지하게 복음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별히 와닿은 건 자존감과 사랑, 회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디서나 중요하게 회자되는 자존감이 어느새 누군가를 판단하는 가치척도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자존감 역시 스펙처럼 '높여야 할' 하나의 척도가 되어버린 것 같은 지금, 진정한 자존감은 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으로부터 기인되어야 건강한 것이라는 사실이, 하나님을 믿어서 그런지 참 마음 든든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름 늘 앞서서 살아왔던 삶이 어느순간부터 삐그덕대고 추락한 것 같은 현실 가운데 마음이 뭐라 말할 수 없이 힘들어지고 박탈감에 허덕이곤 했는데, "내 인생에 유일하게 의미 있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존재와 그분의 나를 향한 계획이라면, 나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이 세상의 특별한 대상을 가지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더 긍정적으로, 특별한 대상을 얻지 못하게 하신 것에도 의미가 있다면 어떨까요? " 라는 말이 하나님을 만나 회복되었던 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반짝 비춰주었다.
또한, 혼란과 상처로 끝난 것 같은 최근의 교제를 복음 안에 다시금 조명해 볼 수 있음도. 의미와 용기와 회복에 대한 복음적 해석들도 참 공감되면서도 마음의 빛이 되는 울림들이 되었다.
신앙적인 버팀과 노력에 회의를 느껴가던 시간 가운데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나를 너무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선한 손길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