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떠나 진짜 세상을 만나다
- SNS 세상에서 나의 평판과 삶의 균형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랜디 저커버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하지만 랜디는 단순히 창립자의 누나라는 이유로 임원 자리를 얻어낸 '낙하산'이 아니다. 초기부터 페이스북의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한, 작았던 페이스북을 이만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 중 한명이다. 그리고 이제는 SNS를 확산시킨 '창조자'의 일원에서, SNS를 어떻게 하면 바람직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SNS의 폐해를 어떻게 하면 조절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치료자'로 변신했다. 직접 설립한 '저커버그 미디어'를 통해서, 그리고 이 책 같은 대중서를 통해서.
랜디 저커버그의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우선, 페이스북의 초기 멤버인 그녀를 통해 세계 거대 기업이자 세계인의 일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페이스북의 생생한 성장기를 듣고 싶었다. 또, 여성으로서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세계를 어떻게 헤쳐왔는지도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SNS를 세계의 퍼트린 장본인이기도 한 그녀가 보는 SNS 시대의 폐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삶과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이 모든 호기심을 적절하게 모두 충족시켜 준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그녀가 멤버가 넷 뿐이었던 페이스북에 합류한 과정. 페이스북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녀가 열정적으로 수행했던 프로젝트들. 여성으로서, 마크 저커버그의 가족으로서 받았던 행운과 폄하에 대처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실리콘밸리의 모습이 다소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독자에게는 그들의 세계를 슬쩍 엿보는 듯한 재미도 줄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중반부 이후부터 그녀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시대에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 인터넷과 SNS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친숙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일 것이다. 랜디 저커버그 자신의 크고 작은 실수담도 소개된다. 별 생각 없이 업로드한 SNS의 게시물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또 그런 실수를 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소소한 조언들도 유용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NS는 사람이,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랜디 저커버그의 말처럼,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신문을 펼쳐 기사를 읽는 것은 정말 무례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와 똑같은 일이 스마트폰을 통해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되어 버렸다. 별 생각없이 친구에게 투덜거릴 만할 어떤 음식점에 대한 불평이, SNS를 타고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누군가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게 되어 버렸다. 말그대로 '누구나 윤전기에 맞먹는 기능을 손끝과 주머니 안에 지니'게 된 것이다.
내 앞에서 밥을 먹는 사람과 스마트폰의 액정 너머로 연결된 사람이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생의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친구에게 집중할 시간인지, 그저 SNS 아이디로만 연결된 '페이스북 친구'에게 집중하는 시간인지. 내가 SNS에 올리는 글이 그저 '뉴스피드'에 수집되는 장식물이 아니라, 이 스마트한 기기 너머로 내 주변의 사람들,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연결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SNS와 실생활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SNS의 창시자의 일원이었던 랜디 저커버그가 이제 그 SNS의 '애프터서비스'까지 우리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누구보다 SNS를 오랫동안 깊숙히 이용했을 그녀의 조언이 나의 SNS 세계와 현실 세계를 모두 스스로,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게 힌트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