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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youngv님의 서재
  •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 16,200원 (10%900)
  • 2014-07-07
  • : 29,641

유시민 작가는 참 팬이 많다. 나 역시 팬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이렇게 작가에게 팬이 많다는 점, 안 좋은 점도 있다. 팬들만 책을 읽는다는 점. 실제로 작가도 강연회에서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지 않고, 안 읽어도 될 사람만 읽는다.' 어떤 독자의 짧은 평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팬이라면 대부분 책 내용에 공감하면서 읽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을 설득해내는 것이 책의 역할 중 하나라면, 반대편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모으지 못한다는 평가가 참 아쉬울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이나 <대한민국 개조론>, <후불제 민주주의> 등의 책은 이 평가에 어느 정도 들어 맞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생각들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책, <나의 한국현대사>는 유시민 작가의 독자들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책이다. '나의' 한국현대사라고 제목을 붙이며 주관적 역사해석임을 분명히 했지만, 오히려 책 내용을 들여다 보면 보수vs진보, 산업화vs민주화로 나뉜 사회를 통합해 줄 수 있는 통찰이 들어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1959년부터의 역사는, 사실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볍게라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물론 깊숙한 인과관계나 의미를 짚어주어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정보 제공이 아니다. 바로, 한 발 물러서서 현대사의 사건들을 모두 포용하려고 하는 태도에 있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담은 한 문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 문장을 꼽고 싶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지식인의 할 일이다. (21페이지, 프롤로그 中)

 

진보 세력 지지자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콘크리트 지지율이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보수 지지층은 힘겹게 살아온 세월을 젊은이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적으로 분명 진보 세력에 속하지만, <나의 한국현대사>에서는 둘을 다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서유럽 300년의 변화가 우리나라에서 50년에 일어났기에 생각의 차이가 깊고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각자 자신의 욕망(자신의 뜻대로 삶을 살아가려는 욕망)에 의해 삶을 선택하고, 정치적 의견을 갖게 되며,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학생운동가, 작가, 정치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을 보면, 당연히 책은 '진보세력' '민주화 세력'에 치우친 내용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한국현대사>는 주제 측면에서 양쪽 세력을 아우르려고 노력하며, 소재 측면에서도 정치와 민주화 뿐 아니라 경제, 사회문화, 남북관계까지 최대한 넓은 분야를 다루려고 한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개인의 현대사 체험을 다뤘다는 점에서 최근 천만관객을 넘어선 영화 <국제시장>과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저자와 감독이 '본인, 혹은 가상의 한 인물이 경험한 주관적인 현대사'를 그렸다고 말한다. <국제시장>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뤘지만 감독의 말대로 현대사의 일부분만을 보여준다. 반면 <나의 한국현대사>는 저자의 주관적 체험과 주관적 생각에 바탕을 뒀다고 말하면서도 내용은 많은 사람의 의견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다.

 

작가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 세력' 지지자들도, <나의 한국현대사>를 통해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52:48. 보수와 진보로 갈려 우리 사회의 갈등의 골은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금의 차이로 진보 진영은 대부분  패자의 입장에 선다. <나의 한국현대사>의 핵심 내용은 진보 지지층, 그리고 진보 정치인들에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토대, 즉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지식인의 할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어떤 법칙이나 힘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과 의지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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