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권력의 철학’이라는 말에 끌려 책을 읽게 됐다. 지금까지 나오는 페미니즘 책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그것을 고치는 정도의 내용이지만, 이 책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회 구조의 판을 뒤엎을 논리(여성이 사회적으로 권력을 쟁취하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책의 내용은 전혀 달랐는데, ‘권력’에 대한 내 선입견이 컸기 때문이었다. 나는 뭔가 정치적으로의 권력(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가지고 오느냐, 정치적인 힘)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의 권력은 ‘누군가를 행동하게 하는 힘’을 권력이라고 했다. 그래,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인 시각에서 권력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이 책의 정의가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권력, ‘여성을 행동하게 하는 힘’이다. 남성, 상사, 사회적인 분위기, 고정적인 성역할 등 많은 인위적인 힘들이 여성을 행동하게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여성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완벽한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여성 스스로의 강박이라고 한다. 일도 잘 하고, 집안일도 완벽히 해내고, 부모님한테 수시로 안부를 묻고, 대인관계도 좋고, 몸매 관리도 철저한 완벽한 여성. 그래서 이 책은 여성은 “자기 착취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어찌나 공감되면서 슬프던지.
이 말을 공감하는 많은 이들이 그 착취의 사이클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스스로 원하는 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고 상대에게 말하라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별거 아닌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다. 그래도 니체, 막스 베버, 몽테스키외, 헤겔, 소크라테스 등 수많은 철학자들의 철학이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라’라는 말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으니 이들을 믿고 좀 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면서 내가 꽤나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고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특히 내가 나를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챕터마다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이라는 초록색 페이지가 있는데, 어떻게 행동하면 내 삶의 권력으로 다시 찾아올 것인지에 대해서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그렇게 살아온 여성의 삶에 대해서도 나온다). 이 단계를 머릿속으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나에 대해서 배우게 됐다.
내가 지금 내 삶을 주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많은 여성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안쓰러워하고 사랑하는 내 주변의 짠한 여성들(나를 포함해)이 생각났다. 그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쉬지 않고 생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그녀는 스스로를 자기 부하로 만든다. 자기가 만든 고민의 감옥에 가두고 그 감옥을 지키는 간수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불안과 분노, 자기 연민과 죄책감, 수치심이라는 이름의 간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