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푸른애벌레님의 서재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조정연
  • 10,350원 (10%570)
  • 2014-06-23
  • : 2,177

최근에 지인 한 분이 NGO활동의 일환으로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 중 몇 곳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중  캄보디아의 프놈펜에 있는 한 작은 학교에 들렀는데 그곳의 학생들은 동화책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교과서를 하나씩 갖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동화책은 사치일 수 만큼 교육의 기회에 있어서도 가난은 혹독하게 아이들의 꿈을 짓밟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세계구호기구에서 보내주는 책들은 대부분이 영어로 쓰여진 책인지라 이들에게는 캄보디아어로 쓰여진 동화책을 구하는 일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베트남에 있는 라오스의 시골 학교 학생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무슨 종류의 책을 좋아하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책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몰라 학생들이 눈만 깜박였다는 일화나 베트남어로 된 동화책이 거의 없어 한국에서 아예 베트남어로 동화책 5권을 번역해 만들어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리 멀지 않은 이웃나라이건만 삶의 질적 차이는 너무도 크게 다가오기에 '정말?'이라는 확인 단어를 재차 뱉어내게 되었답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 음식쓰레기를 걱정해야 하는 오늘의 이 배부름이나 아직 쓸만한 새 제품임에도 신상품에 대한 유혹으로 핸드폰을 바꿔 사용하는 오늘의 이 풍요로움, 학원이며 과외, 인강 등 넘쳐나는 교육 컨텐츠들로 인해 선택이 어려울 정도인 대한민국 청소년의 오늘 모습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지구촌의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자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지구촌의 다른 편에서는 여전히 지독한 가난과 질병, 기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자식을 몇 푼 돈에 넘기는 부모와 구걸로 살아가는 아이, 쓰레기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소녀, 하루 열 시간이 넘는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들, 부모가 진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나이많은 사내의 노리개로 팔려가는 어린 딸 등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아이들의 이야기인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기본적인 아동의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거리로, 전쟁터로, 일터로 내몰린 9명의 아이들의 비참하고 슬픈 생활을 들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학교라고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당장의 먹을거리와 잠잘 곳을 해결하기에도 급급한 지독한 가난과 오래도록 굳어져 단단해버린 관습의 굴레와 합당한 명분도 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상처 속에서 꿈을 잃고 살아가는 수천 수만 명의 어린 영혼들이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또한 전쟁의 폐허가 가시지 않은 가난 속에서 입 하나 덜기 위해 어린 자녀를 식모살이로, 공장시다로 보내며 눈물 짓던 부모들이 있었듯 이들의 삶도 그러합니다. 미군트럭을 보면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하던 아픈 시대가 있었듯 이들의 삶 또한 별잔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가난 때문에 현대판 하녀나 노예가 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이들, 내전으로 인해 펜 대신 총을 쥐고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나가 살인병기로 이용되는 아이들, 쓰레기더미에서 하루 양식을 구하는 아이들, 홍수로 집을 잃고 도시로 이주해와 길거리에서 신문지에 의지해 잠을 자고 구걸로 연명해가는 아이들,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돼 끌려와 카카오 농장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줍니다.    

 

케냐의 빈민촌이자 매립지이기도 한 고로고초(쓰레기라는 뜻)에 사는 소피아는 매일 아침 트럭이 오는 소리를 듣고는 더 많은 음식 쓰레기를 구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갑니다. 에이즈로 부모님을 잃고 졸지에 할머니와 남동생을 책임져야만 하는 12살 어린 소녀에게 비가 오면 줄줄 세는 텐트 속에서의 고단한 삶은 생활이라기보다 전쟁에 가깝습니다. 주운 쓰레기를 두고서도 싸움을 해야하는 이곳은 끔찍하고 흉악한 범죄도 자주 일어나 저녁 7시가 넘으면 통행금지령이 울리는 세계 최대의 빈민가이기도 합니다. 나누기보다 빼앗는 삶으로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무법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소피아와 같은 어린아이들은 최대 피해자요, 약자이기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쓰레기더미 위에서 어린 영혼이 신음하다 영원히 잠들기도 하는 곳입니다.

 

우리에게 킬링필드 학살로 잘 알려진 캄보디아 역시 잦은 내전과 급속한 에이즈 확산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이 무척이나 많다고 합니다. 소피아처럼 쓰레기마을에 살고 있는 라타, 포, 미네야는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대신해 온종일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벌이를 충당해야 합니다. 학교에 가고 싶어도 일할 시간이 줄어드니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곳 매립지는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태울 때 생기는 유독가스로 인해 호흡기질환, 폐질환, 뇌세포 손상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니 총알 없는 전쟁터나 다를 바가 없겠지요. 

 

'중동의 파리'라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 두바이(아랍 에미리트)에서는 낙타 경주가 현지인의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석유(두바이유)로 부자나라가 된 이 지역 사람들에겐 유목민으로 생활해왔던 전통적 흔적으로 낙타경주가 남아 있는데, 이는 이들에게 흥미진진한 오락거리이자  수백 억원이 오가는 도박장이기도 합니다. 경마의 기수에 해당하는 낙타몰이꾼들은 4세~15세 가량의 몸무게가 가벼운 남자아이들이며 이들은 대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 주변 가난한 나라에서 유괴나 인신매매, 또는 부모에 의해 팔려온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경주용 낙타의 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낙타몰이꾼의 몸무게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하기에 평소에도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태반인 데다가 경기 전에는 물조차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안장을 얹는 등까지의 높이가 대략 2.5m는 되기 때문에 어린이 혼자서는 올라탈 수 없으며 자칫 실수로 떨어지는 날에는 장애인이 되거나 시속 65km로 달리는 낙타들에게 짓밟혀 죽기까지 하는 끔직한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알스하드는 네 살 때 아빠 친구가 저지른 인신매매에 의해 낙타몰이꾼이 되었으며 아버지의 끈질긴 추적과 집요한 노력으로 인해 5년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불행히도 너무 오랫동안 굶주린 탓에 뇌세포가 죽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합니다.

 

과거 미국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던 흑인들이 노예 해방을 맞이한 후 돌아와 세운 나라인 시에라리온은 선조들이 일군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도 전에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인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난민이 된 불행한 나리입니다. 반군에게 부모님이 학살당한 채 얼떨결에 반군에게 끌려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에 총을 쥐고는 똑같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기계로 키워지고 있는 소년병들. 술과 마약으로 몸을 병들게 하고 세뇌교육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해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도 손에 총을 들게 만드는 간악한 어른들의 싸움에 아이들은 점점 흉악하고 잔인한 살인병사가 되어 갑니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 데 앞장서기도 하고 불을 질러 마을을 태우거나 달아나는 사람들의 사지를 무자비하게 잘라내 장애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름도 과거도 잊게 만드는 끔찍한 현실 앞에서 이들은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무기로 훈련되는 소년병입니다.   

 

전쟁과 테러의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에는 부모나 가족이 진 빚을 갚지 못해 빚 대신으로 끌려가는 어린 소녀들이 많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빚이 늘어난 데에는 양귀비 재배에 관한 법제도와 정권 변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 아편의 3/4을 수출하는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은  한동안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 오던 양귀비 재배를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허용, 탈레반 정권에 의해 아편으로 만들어져 중개상에게 팔려나간 수입을 전쟁자금으로 쓰던 나라였습니다. 탈레반 정권이 물러난 이후에는 일반인의 양귀비재배가 불법으로 바뀌자 그동안 양귀비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던 많은 사람들이 큰빚을 지게 됐으며, 결국에는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눈물을 머금고 어린딸을 빚대신으로 늙은 남편감에게 신부로 보낸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선택이 아닌 강요된 삶이라면,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삶이라면, 구걸 외에는 더 이상 살아갈 방도가 없는 삶이라면 이 아이들은 과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과거 우리가 잘 사는 이웃 나라에게 도움을 받아 경제 발전의 밑바탕을 만들었듯 이제는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보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이 모여있는 따뜻한 집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꿈을 키우며 내일을 열어갈 이 아이들이 어린아이로서 누릴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먼나라 이야기로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눔의 범위가 확대되어 더 이상 학대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저자가 던진 질문에 '난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도 이 행복을 알려주고 싶다. 돕고 싶다'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국제적 인권 조약 중 하나인 UN아동권리협약 은 1989년 UN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아동의 생존과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규정해 놓고 있다.

 

1. 생존의 권리 :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안전한 주거지에서 살아갈 권리,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권리

2. 보호의 권리 :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차별, 폭력, 고문, 징집, 부당한 형사처벌, 과도한 노동, 약물과 성폭력 등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3. 발달의 권리 :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요한 권리(교육받을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문화생활을 하고 정보를 얻을

  권리,  생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

4. 참여의 권리 : 자신의 나라와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권리(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들에 대해 발언권을 지니며, 단체에 가입하거나 평화적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  

 

넌네가 얼마나행복한지모르는것같다.와이즈만.개정판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