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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애벌레님의 서재
  • 100개의 지속가능한 희망
  • 스티븐 수용 리
  • 13,320원 (10%740)
  • 2014-06-23
  • : 23

얼마 전 한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아랫단은 하얀 국화꽃으로, 윗단은 쌀포대로 장식된 특이한 2단 화환을 보고는 낯설기도, 신선하기도 해 주위사람에게 물은 적이 있다. 알고보니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된 꽃집화환으로, 희망하는 고객에 한해 화환의 꽃 장식을 줄이는 대신 주문한 고객의 이름으로 금액 중 일부를 지역 사회의 저소득층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해주는 정책 중 하나라 한다. 사회적 기업이란 나눔의 가치를 생산자와 소비자, 지역민이 함께 누리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기업 특성에 따른 저마다의 독창성이 사회적 공익성과 결합해 이루어낸 경제 활동의 한 형태인 것이다. 

 

꿈결에서 출간된 <100개의 지속 가능한 희망> 역시 환경이나 복지 등 사회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기업을 찾아 이런 곳에 착한 투자를 하고자 하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여러 대륙을 여행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쌓는 과정을 여행기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임팩트 전문가이자 펀드매니저이기도 한 스티븐과 변호사이자 유엔난민기구 전임 보호 담당관이기도 한 머라이어 두 사람은 각 나라마다의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특성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형태가 어떻게 나타나고 발전해가는지를 살펴보고자 중앙아시아,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는 35,000Km를 자동차로 횡단하며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정리해 나간다.

  

임팩트 투자(착한 투자)자로서 창의성과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기업을 찾아내 그것이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스티븐은 이익창출에만 초점을 둔 주류 자본 사회를 극복하고 생산과 소비, 인권과 복지에서 소외된 이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픈 바람을 갖지만 자선과 기부에만 의존하는 전통적인 NGO방식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결국 상업 자본주의의 폐해를 감안하면서도 역으로 그것의 장점을 활용하는 효과적 방법으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두게 된다.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제대로 성장하기가 무척 어렵지만 제대로 성장한다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허나 사회적 기업과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이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만큼 딱히 정해져 있는 최선의 진로나 성공모델 자료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아직은 초기 단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글로벌 드라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여행기는 나라별, 도시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기업을 파악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행 상황을 조사하는 도전적, 모험적 여행으로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은 물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나누는 경제활동이 소개된다. ·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광산업 붐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극심한 빈부 격차의 몸살을 앓고 있는 몽골은 울란바토르의 게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45%가 최저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빈부에 따른 정보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Nomsys는 게르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ㅏㄴ준다. Nomsys는 게르 주민과 직접 계약을 맺음으로써 와이파이 타워를 설치할 국유지를 허가받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주민들은 자유롭게 정부의 웹사이트에 접속함으로써 수도나 위생시설 같은 공공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주변국가에 비해 생활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인해 많은 가정에서 장애아를 숨겨두고 키우는데다 성인이 되어서도 고용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 Eldany는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설립된 단체로 처음에는 NGO의 기부금에 의존해 출발했으나 현재는 장애아동들이 만든 예술품 판매 및 정부 입찰 등 매출활동에 의해 수입의 절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렇게 창출한 수입은 장애아동들을 위한 예술 수업과 상담, 물리치료, 체육 활동 등에 쓰이고 있으며, 대중에게 장애인 인식을 재고시키는 데에도 의미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1994년에 발생한 르완다 집단 학살 후 지역 여성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설립된 'Gahaya Links'는 공정무역을 통한 여성 경제권 강화를 기본으로 방직기술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민족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상생해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 말라위의 'People of Sun'은 농촌과 도시의 비공인 장인들을 모집하여 가구 및 홈 액세서리 분야에서 국제적 수준의 상품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이를 통해 빈곤한 예술 장인의 경제력 향상뿐 아니라 말라위 사회,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데 가치를 둔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모습을 둘다 가지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회적 기업은 주로 기술이나 생산공정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많은 노력이 투입되고 있으나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인구는 급증하나 그들을 위한 적절한 교육 기회나 일자리는 부족한 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설립된 'The Maharishi Institute'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대학으로 10시간 중 절반은 일을 하고 절반은 배우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배움과 동시에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일부는 대학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목적과 방향성은 나라마다, 기업마다 다를지라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는 동일함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온정이 주로 일방적 베풂인 기부나 정부보조금에 의해 이루어진 것에 비해 이와 같은 사회적 기업의 출현은 단순한 물질적 도움을 넘어 그들의 동참은 물론이거니와 자립의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쌍방간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기에 더 의미있어 보인다. 또한 자선 단체와 달리 꾸준한 수익을 냄으로써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꽤나 매력적이다. 이윤극대화가 아닌 이윤의 효과적 분배를 우위에 두고 있는 만큼 수익의 일부는 지역공동체에 재투자하거나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던 2000년 대에 들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기증받은 물건이나 재활용품을 수거한 후 재판매하여 수익금을 자선과 공익 부문으로 이용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대표적이랄까?  이밖에도 지적장애인이 우리밀 과자를 생산하는 '위캔', 친환경 건물청소업체 '함께 일하는 세상'등이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숙식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트럭 한 대를 몰고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고된 여정길을 착한 투자를 위한 드라이브로 감행한 두 사람의 행보가 아름다운 것은 이들이 꿈꾸는 좀더 나은 세상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과 동일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진심으로 바라고 기대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착한 투자와 착한 소비로 이어지는 지구촌의 경제활동 변화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된 모순 속에서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둘러본 100개의 지속가능한 희망이 씨앗에서 열매로 자라 새로운 씨앗을 뿌릴 때까지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는 심정이다.

 

여행의 목적이 그저 아름다운 대자연을 감상하거나 위대한 인류 유산을 돌아보는 감탄이 아닌, 지구상 여러 나라의 사회 경제상을 엿보기 위함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의 행보는 여행지가 늘어날수록 놀랍기도, 흥미롭기도,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행복을 위해 떠난 두 사람의 발자취를 책으로나마 따라가 보는 일은 그래서 의미있고 즐겁다.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한 이 대단한 드라이브를 신념과 열정으로 무사히 마친 저자의 뒷 고백은 현실과 타협해가며 하고싶은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이상일 뿐이라며 덮어놓는 내 무수한 꿈들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나도 이들처럼 해볼 수 있을까?

 

 

예전에 꿈꾸었던 그 한 가지를 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걸 하지 않음으로써 내 자신을 실망시킬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 머나 먼 여정을 마친 후에 쓴 머라이어의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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