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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애벌레님의 서재
  • 스토리텔링 인문학
  • 송태인
  • 13,050원 (10%720)
  • 2014-04-11
  • : 46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새롭게 개정된 교과서 중 ‘수학’ 과목은 딱딱한 수와 식의 개념을 재미있는 이야기식으로 풀어내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선두주자라 볼 수 있다. 요즘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생활 속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 하니 과히 스토리텔링의 전성시대라 말할 법도 하다.

 

그래서일까? 미디어숲에서 출간된 <스토리텔링 인문학>은 인문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온 저자가 자녀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참된 인생의 방향을 인문학에 초점을 두고 조분조분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는 인문교육서이다. 최근 인문학이 유행이고 대세라지만 일반 독자에게 인문학은 여전히 어렵고 딱딱한 전문영역으로 느껴지는 만큼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현명하게 적용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고전의 경구를 쉽게 풀이해준다. 또한 단순히 고전 읽기의 방법론에 주력하기보다 인문고전을 활용한 자녀교육이라는 적용론에 초점을 두고 전개하고 있는 만큼 주된 독자층은 인문학으로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라 하겠다. 

 

책을 쓴 동기 또한 시류와 영합한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불투명한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저자가 밝히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내 아이가 뒤처진다는 생각으로 심리적 조바심에 휩싸인 부모들에게 ‘빠르게’가 아닌, ‘바르게’의 가치를 심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짙다. 하여 ‘나’의 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인문고전이 방향키가 될 수 있음에 착안하여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가르쳐야 할 참된 삶의 가치를 제시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자녀 교육에 필요한 핵심 키워드를 ‘인성, 학습, 진로’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밑바탕에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문고전을 소개해가며 부모로서 잊고 있었던 본래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하나둘 깨닫게 한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때때로 마음은 그러한데 행동은 그렇지 못한 충돌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한 이율배반적 행동, 그것의 시작은 ‘사랑’이었지만 과정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참담한 ‘소유’로 진행되는 부모 욕심. 말로는 자녀의 행복을 운운하지만 이면에는 부모의 자존심이 깔려 있는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 등등.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모의 심리 상태를 오늘날의 사회구조와 연관지어 짚어주며 귀할수록 바른 인성을 갖춘, 공부의 참맛을 아는, 자신의 진로를 적성에 맞게 계획할 수 있는 자녀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부모의 그릇 채우기에 인문학적인 해법을 제시해준다.

 

천하를 차지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천하는 신성하고 귀중한 그릇이기에 억지로 무엇인가를 할 수도 없고 집착할 수도 없다. 억지로 한다면 무너지고 집착하면 잃어버린다. 무릇 이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앞서 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도 있다. 숨을 천천히 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빨리 쉬는 것도 있다.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도 있다. 올라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것도 있다.(p43)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위 구절은 자녀를 소유하려는 것은 천하를 차지하려는 것보다 더 큰 집착임을 깨닫게 한다. 노자는 사람마다 ‘때’가 다르고 ‘힘’이 다르므로 각자가 지닌 고유한 길을 존중해주되 ‘지나침, 모자람, 교만함’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핵심이므로 경계해야 함을 전한다. 선행학습이 필수 코스처럼 돼버린 지금의 교육 풍토에 내 자녀가 뒤처지지 않도록 자녀를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 심리의 밑바탕에는 앞서 가는 것이야말로 성공에 먼저 도달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자녀에게도 각자의 능력과 속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조용히 지지하며 기다려주는 순리가 필요하다는 말인 듯 싶다. 

 

맹자 또한 그의 사상을 담은 책 『맹자』에서 귀나 눈으로 접촉하여 외부 상황에 끌려 다니는 것은 소인이 되는 길이며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대인이 되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자녀를 위해 최신 정보를 얻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녀에 대한 고려나 검증도 없이 좋다는 것이면 무엇이든 적용하는 부모야말로 소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 부모의 자존심이 아닌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 가르침이 필요하리라 본다. 자녀의 행복을 운운하지만 내면에는 부모의 자존심이 깔려 있는 것처럼 자녀 역시 자신의 정체성보다 나로 인하여 부모님의 자존심이 올라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풍토야말로 소인으로서의 대물림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교육공화국이 된 오늘날의 시점에서 사람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학습’ 편은 부모보다 학부모에 치중하고 있는 이 시대의 부모역할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학습이 자녀의 자기 본성을 살리는 데 목적을 둔다면 공부는 성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즐거운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수가 잊고 있기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는 구절이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범위에서 자신의 의지를 계량화(수치화)하는 작업인 ‘목표 동기’가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외적 동기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세계를 선택하는 ‘목적 동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개인의 자발성에 의존하는 내적 동기라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1등이라는 외적 목표에 치중해 자녀들을 경쟁 사회로 내몰았다면, 이제는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학습인 ‘목적 동기’로 교육의 풍토가 이동해야 할 때다. 

 

‘진로’에 관한 접근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적성 검사며 직업 탐색 교육이 조기부터 이뤄지고 있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한 직업 선택의 신중함과 적합성이 일찍부터 계발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따지고 보면 그만큼 먹고 사는 일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경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지 부모는 내 자녀가 수입이 안정되고 생활이 보장되는 직업을 얻기를 원한다.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재물관에 대한 바른 교육없이 돈과 명예가 뒤따르는 직업관을 주입시키는 부모의 태도가 직업 세계에도 학창시절의 일등주의의 연장선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꿈과 진로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자녀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되, 부모 역시 과감하게 자녀를 마음에서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배워서 남 주냐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배워서 남 줄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다. 경쟁과 순위보다는 배려와 나눔의 가치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귀중한 유산은 결국 올바른 가르침이며, 가르치기 위한 교재는 인문고전이 되는 셈이다. 부모보다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교육에 인문고전이 과연 ‘초심’이 되고 ‘중심’이 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의아한 질문은 책을 덮는 순간 ‘그렇다’라는 끄덕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인문학의 광범위한 영역과 깨달음은 다만 학문적 지식에 머물지 않는 생활 속 지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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