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굳이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역사와 민족의 상호불가분의 관계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없다고 생각된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의 역사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위대한 가르침이 되어 후대로 전승되는 바, 각 시대는 현재 처한 문제 상황에 따라 과거 역사 속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거나 해결의 열쇠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교실 현장에서는 뛰어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사’를 민족의 존재 기반으로써 반드시 배워야 할 필수 교과목으로 대하기보다는 대학 입시에 부담을 주는 수능 과목으로써 축소해야 할, 즉 민족적 개념보다 수험생의 입장을 더욱 고려한(?) 정책으로 한동안 어긋난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역사 지식의 부재는 역사 인식의 혼동으로 이어져 중국의 동북아 공정이나 일제의 식민사관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빚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뒤늦게나마 한국사가 선택이 아닌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국∙영∙수 주요 과목에 이어 또 다른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처럼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나 사교육에 대한 우려 때문에 유구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배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근시안적 발상이라 볼 수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될 한국사는 기존의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바뀌어 학습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다 난이도 역시 등급별 변별력을 뚜렷이 구분하기 위한 수준보다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한국사 필수 개념 정도로 쉽게 출제될 예정이라고 한다. 굳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학교 수업만 잘 들으면 고득점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방대한 공부 양에 대해 우선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발 맞춰 최근 리베르에서 출간한 ‘한국사 개념서’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한권으로 집약해 놓은 수험서적으로 수능 한국사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한국사의 개념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개념서이다. 리베르에서 나온 한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 주관 검정에서 가장 높은 점수(90~100점)를 받았던 만큼 내용의 충실성에 대해서는 이미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 책 저 책을 고르는 수고를 줄일 수 있겠다. 그만큼 꼼꼼하고 충실하게 기획된 책이란 생각이다.
이 책은 우선 수험생을 위한 학습 교재인 만큼 학습자의 시각적 접근을 고려한 커다란 판형에 다양한 그림과 사진, 도표, 지도 등 시각적 자료를 활용해 이해를 돕고 있으며, 핵심단어에 형광펜을 칠해둠으로써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돕고 있다. 다양한 사료를 인용해 세부적인 보충 설명을 다룬 ‘자료 읽기’ 코너는 한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흥미를 높이기에 충분하며, 중요한 내용을 단답형으로 다루고 있는 ‘개념 문제’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한 단원학습을 질문형 마무리학습으로 체크해 볼 수 있는 실용적 코너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편집 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최근의 출제 경향을 반영한 듯한 ‘탐구 활동’ 코너로 상호 관련성 있는 자료를 활용한 사고력 향상 문제이다. 독자의 눈에는 쉬이 보이지 않는, 학습자 입장에서는 연관성을 정리하기 어려운 부분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탐구 활동’은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곳을 펼쳐 읽어보아도 흥미롭게 술술 읽혀지는 매력이 있다. 특히 책제목 정도로만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이전 세대에게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책의 일부 내용을 읽어볼 수 있는 경험은 교육 방식의 변화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독자 한명한명을 역사학자와 같은 눈높이로 끌어올리는 수준 높은 독서를 맛보게 하는 힘이 있다.
역사라는 것이 결국 각 민족에게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한국사는 무엇보다도 시대별 흐름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익히 들어온 학습방법이다.
한국사 교과서의 핵심 내용과 자료를 충실히 반영한 ‘한국사 개념서’는 대단원이 시작되는 입구에 이 시기' 꼭 알아야할 연표'는 물론 같은 시기 세계의 동향을 나타낸 지도를 제시해줌으로써 한국사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 파악을 용이하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계보나 시대별 변화도표, 선명하고 깔끔한 색감의 그래프와 지도 등도 글을 통한 시대의 큰 흐름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각적 장치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글 반 사진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신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편집상의 구성은 글을 읽는 지루함을 덜어줄 정도로 생생하고 다채롭다.
수능 한국사 대비는 물론이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시험과 상관없이 한국사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독자에게 '한국사 개념서'는 만족할 만한 소장용 한국사 참고서적으로 손색이 없으리라 본다.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