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절망적인 88만원 세대의 상황과 끔찍한 전망을 포장 없이 솔직하게 까발려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고 병 나게 했지만, 그래도 여러 해법들을 제시함으로써 약도 같이 주었다.
추상적인 논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20대 창업 지원금’장려 라든지, 농업 공무원 채용 등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준다. 게다가 이들 중 몇 개는 이미 국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바로 실시하면 된다거나, 이미 실시한 적이 있다는 등의 긍정적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실컷 대안을 제시해 놓고서 ‘우리나라 공무원 부패도가 생각보다 심각해서인지 장기적으로 안정화되지 못하고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서 실패하게 되었다.’라든지,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앞에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만 경감시키더라도’ 일자리 나누기 방식은 잘 돌아갈 수 있다든지, ‘이정도 방안은 이미 여러 경로로 제시되었는데,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에 가깝다’는 식의 제안은 조금은 무책임해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가 제시한 대부분의 내용은 국가(정부나 지자체)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인데, 정부가 어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듦으로써 세대간 연대 의식을 고양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뿐인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우고? 그런데 옆에서 다른 죄수가 열심히 토플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왜 10대 들이 지식 1세대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88만원 세대도 지식 1세대가 될 수 있고, 그 것은 X세대, 386세대, 유신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난 짱돌 대신 책을 집어 들고, 다안성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것은 승자가 되기 위함도 아니고, 적자가 되기 위함도 아니다. 동일한 경험은 없어도 동일한 감동으로 세대 간 연대를 이끌어 내는 협력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