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서 이것을 발견한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그때는 그저 누렇게 낡아버린채 한쪽에 조용히 꽂혀져있는 책 한권을 무심코 집어들었을 뿐으로, 이 책에 관해서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무식한 독자였다. 그랬던것이 이 책의 재미를 더한 건지도 모르겠다.
초반 몇 장을 읽을 때부터 범상치가 않더니만 병원의 진단서를 빼내는 부분에서는 머릿속에 주제가 선명하게 잡혀있지 않다는 그의 말을 이제 나는 믿지 않기로 했다. 읽는 내내 나는 그의 성공이 계속가기를 바랬다. 그가 그의 성공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가 죄책감을 지닌채 불안 속에 살지 않길, 작가가 죄인은 죄값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설교를 늘어놓지 않기를 나는 내심 바랬다.
요근래야 이 책을 직접 구입했는데, 그것이 표절을 다시한번 읽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재발행은 하질 않았는지 이번에 온 책 역시도 여전히 종이는 누렇고 몇몇의 학습지에서 나는 그 종이만의 독특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그것이 웬일인지 이 책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건 예나 지금이나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게다가 왠지 나는 낡은 책을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니콜라는 이제껏 그에게 전혀 악의를 갖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 니콜라의 방약무인하고 거침없는 행동을 열등감을 가득담은 그가 왜곡해 받아들인 것은 아닐지. 무심코 대한 니콜라의 행동을 그가 자신만의 열등의식으로 가득차서 나름대로 해석해 버린 후 이 책에 풀어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니콜라가 의도적으로 그의 그녀를 빼앗아 갔다는 결정적인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또한 그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을 니콜라의 탓만으로 돌리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글쓰는 것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한사코 인정하지 못하는 억지로는 보이지 않는지.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모습 뒤에 증오심을 불태우고 있는 그의 모습처럼, 나는 그에게 속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