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무료했다. 정말로 지루했다. 나는 내 평생에 다시 못 올 하루하루를 그냥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날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당연히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조차도 생각지 않은 채 그냥 그렇게 보내는 나날이었다. 69는 그런 때 읽은 책이다. 작가는 말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가슴 속 깊이 감명을 받아 이제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 겠다고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다짐했다면 거짓말이고(겐의 말투좀 따라 해봤다.) 살짝 뜨끔했다. 내가 아는 그사람 말대로 나는 왜그럴까, 라고 잠시 자책을 조금 해봤다.
재미있게도 나는 소설속 겐의 모습과 매우 비슷한 사람 하나를 알고 있다. 이것을 읽는 동안 그 사람이 자주 생각나는 통에 나는 한번 더 웃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뭔가에 큰 반응을 보이거나 크게 흥미를 갖는 모습을 그리 자주 나타내지 않는 나를 보며 말하곤 한다. 너 왜그러냐...
이런 류의 사람들을 보면 동기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나에게는 없는, 뭐랄까..정열 같은 것이 보인다. 뭔가에 빠져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그런 정열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얘기를 하고 있을 때도 느껴지는(아무래도 단어 선택이 잘 못 된거 같다.) 그런 류의 활기 같은 것이라 해야 할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런 모습이 조금씩 엷어지는 듯도 해서 조금 안타깝다.
여기서는 나와 반대되는 모습으로 살기위해 투쟁한다. 뭔가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소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가 빠지질 않는다. 세세하지 않고, 연연해하지도 않고, 전개는 무척 빠르다. 장면장면에서 웃음이 나오는 소설이다. 세계의 혼돈을 표현하기 위한 무대장치 닭 여덟마리, 이것은 가의 압권이었다. 그들(닭 여덟마리)은 이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즐겁지 않는 것보다 즐거운 것이 좋다. 때문에 이런 내가 감히 뻔뻔하게 말하고 싶다.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