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베어 아일랜드'.
그 모순적인 이름의 공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갈매기를 안심시킬 줄 아는 소녀 에이프릴은 아버지를 따라 그곳에 도착하게 되고,
곰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것 같은 섬, '베어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유래를 듣게 된다.
"정말로 곰이 많아서 베어 아일랜드였다는 거죠? 그냥 갖다 붙인 이름인 줄 알았어요."
에이프릴은 아빠의 관심이 기뻐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진짜야."
아빠도 지식을 나눌 수 있어 기꺼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기록상 1596년에 처음으로 인간이 북극곰을 사냥했어. 바로 이 섬에서 말이야. 두 시간 넘게 싸운 끝에 죽였대. 그 후 이 섬을 베어 아일랜드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두 시간이요? 불쌍해라."
에이프릴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런 일이 일어나던 시절이었지."
에이프릴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인간들이 다 죽여서 한 마리도 남지 않은 거예요?"
"그거랑, 만년설."
곰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사냥꾼의 직접적인 폭력일까, 아니면 만년설을 녹이는 인류 전체의 이기심일까.
에이프릴은 베어 아일랜드에 홀로 남아 비참하게 죽어가는 마지막 곰을 만나, 그를 치유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포효한다.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예요, 아빠도 매년 해빙이 사리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우리 눈으로 똑똑히 봤고요."
"그럼 북극곰이 눈에 보일 때마다 구하라는 얘기냐?"
"아뇨, 이 곰만이요."
에이프릴이 끼어들었다.
"나라고 북극을 안 살리고 싶은 줄 알아? 하지만 어린애 하나가 북극곰 한 마리를 구하는 걸로는 턱도 없어."
"알아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지구를 위해 한 가지씩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부족해."
"두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북극곰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한 시도와 노력은 북극을 살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시도는
곰의 거대한 포효가 되고,
북극을 울리는 커다란 메아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