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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서재
  • 편집자  2026-02-14 11:06  좋아요  l (0)  l  l 수정  l 삭제
  • Q: “원서가 있는건가요? 한국에만 존재하는 책??” (https://blog.aladin.co.kr/793940273/17082547 2026-02-10 02:11 에드워드 서재)

    A: 안녕하십니까, 담당 편집자입니다. ‘미출간’ 도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라딘 측으로부터 에드워드님의 질문에 대한 확인을 요청받았습니다. 확인 요청 사항은 총 세 가지로 “본 도서에 원서가 존재하는지 여부/수록된 시 또는 에세이의 개별 제목 목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해당 정보를 고객에게 안내해도 무방한지 여부”입니다. 에드워드님의 질문은 다른 독자도 궁금해할 수 있는 좋은 질문입니다. 아래와 같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에 수록한 작품들은 당연히 원서에서 선별하여 가져온 것입니다. (이 가운데 ‘시’ 두 편은 2025년 최초 공개.) ‘미리보기’ 중 ‘차례’에 수록 작품의 영문 원제가 병기되어 있으니 참고하여 주십시오.

    에드워드님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책”이냐고 질문하셨는데, 아마 이런 제목의 책 즉 ‘Who‘s afraid of Jane Austen’이라는 제목의 원서가 있는지 궁금해하신 듯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책제목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는 울프의 철학을 계승하고자 역자와 제가 고심한 기획의 산물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미리보기’ 중 ‘옮긴이의 말’에 간략히 언급되어 있습니다만, 여기서 좀 더 상세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고전은 살아 움직여야 한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를 이 에세이 선집의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거장 오스틴을 현대적 맥락(올비의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뒤튼 패러디)으로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누가 지적인 허영이나 날카로운 진실을 직시하기를 두려워하랴?’라는 올비의 냉소적 질문을 제인 오스틴으로 치환해 묻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에세이를 선별하여 구성하는 기획은 곧 “고전을 박제하지 말라”는 울프의 철학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울프는 고전이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갇혀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신간 본문에는 “죽은 작가들의 초판본(언제나 최악이죠)“라는 대목도 나옵니다. ‘미리보기’ 중 ‘옮긴이의 말’의 일부를 옮겨 보겠습니다.

    “제목으로 삼은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다. 그녀가 오스틴을 박물관 속 고전으로 봉인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중략) 울프는 오스틴의 정밀한 문체와 관찰력을 이어받되, 그것을 새로운 시대의 문체와 형식 속에서 변형하고 실험할 것을 권한다.” - 옮긴이의 말 부분 발췌

    2. ‘두려움’은 비평적 경외의 다른 이름
    울프에게 오스틴은 완벽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인물이었고, 그 완벽함은 후대 작가들에게 일종의 경외심 섞인 공포를 주기도 했습니다. 신간의 첫 장에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라는 비유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는 “오스틴의 압도적인 천재성과 날카로운 풍자에 직면할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도발적 질문입니다. 울프가 오스틴을 비평하며 유지했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현대적 제목과 원제 병기의 조화
    이번 책에서 제 역할은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라는 현대적 제목을 통해 울프의 글이 가진 ‘전복적인 힘’을 오늘의 독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돕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선집의 제목을 이렇게 붙인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원문이 지닌 비평적 무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지요. 각 에세이의 제목도 마찬가지 의도를 가지고 붙였으며, ‘차례’에 원제를 병기했습니다.

    아티초크의 울프 에세이 선집은 고전(오스틴) -> 근대(울프) -> 현대(올비) -> 현재(아티초크의 기획 출판)를 잇는 지적 연쇄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울프 학자들에게는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는 ‘울프가 오스틴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울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단 한 줄로 요약한 고도의 비평 장치로 보일 것입니다.

    울프는 고전이 현재의 독자와 만나 ‘물결’을 일으키길 희망했습니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가 그 물결을 일으키는 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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