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책
러뷰 2022/08/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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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의 비밀계정
- 김도치.서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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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2-07-13
: 113
이 책은 ‘읽는페미’계정 운영자 김도치와 그의 동료 서반다가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아 놓은 책이다. 출간했을 때부터 기대한 책인 만큼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말로 가득찬 책을 읽으며 나까지 몽글몽글해짐과 동시에 공감도 되고, 부당한 일을 당한 이야기를 보면서는 같이 분노도 했다. 서로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했지만 그 편지가 서로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건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 아닐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이 책에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연대는 거창한 게 아닌, 나도 그랬었다, 나도 그런 상황을 겪었다, 라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에 분노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지금은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라는 말을 한다.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옛날보다 뭐가 많이 나아진 걸까? 여성도 투표권이 생긴 것?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는 것? 직업을 가진 여성이 많아진 것? 그에 따라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많아진 것? 글쎄. 당연하게 주어져야 할 기회와 권리를 늦게나마 가졌으니 감사해하며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아직 말할 게 많다. 요구할 게 많다. 강간하지 마, 성폭행하지 마, 성추행, 성희롱하지 마, 불법촬영하지 말고 유포하지 말고 소비하지도 마, 스토킹하지 마, 때리지 마, 죽이지 마, 승진 기회를 박탈하고 임금 낮추지 마, 착함과 미의 기준 강요하지 마.
이러한 요구가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직도 포털에 “왜 안 만나줘”만 검색해도 수많은 피해자가 나온다. 안 만나준다는 이유로 여성을 때리고, 협박하고, 죽인다. 아직 우리나라는 성범죄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이며 남녀임금 평등지수는 세계 98위고, 연소득 격차 순위는 세계 120위이다. 페미니스트들은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자다움”과 “남자다움” 따위는 없으며 성별로 인해 주어지는, 기대되는, 결정되는 역할 따위는 없다고. 어느 한 성별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겪어선 안 된다고. 그러기 위해서 우선, 연대가 필요하다. 내가 느낀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공감이 필요하다. 나 혼자일땐 공허한 외침이 되지만 함께할 땐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힘을 보았다.
🔖 페미니즘을 만나고 해방감과 동시에 고통스럽기도 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부당함을 인지하는 감각은 갈수록 날카로워지는데 이를 현실에서 표현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잖아. 분명 머리로는 잘못된 걸 알지만 실제 행동으론 이어지지 못하는 거야. 그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비겁하고 옹졸한 내 모습만 마주하게 돼. 그 괴리감에 스스로를 비난하는 일도 잦았거든. _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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