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시국에 다시 논어를 읽다.
반백살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도 ‘어떻게 살 것인가’가 늘 고민이다. 아직도 젊음과 나이 듦 사이에서 사춘기 호르몬 들쑥날쑨한 청소년처럼 아직도 내 자신을 헤매며 찾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단 말인가. 상식적, 윤리적이라는 말이 낯설게 비상식적이고 도저히 윤리적이지 않은 세상을 살며 나는 떳떳하게 소신대로 손을 들 수 있단 말인가.
2016년과는 달리 이번 촛불집회는 나가지 못했다. 일단 기운이 없어서였다. 그때보다 개인적인 이슈들이 많이 생겨서라는 핑계도 댈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비겁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움 그래 내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으면서 자유와 권리를 논할 수 있는가. 정치는 지겨운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한 삶의 영역이다. 더 이상 무관심하면 안 된다. 스스로 읊조리며.
그러던 중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를 읽게 되었다.
논어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뿐이었다. 내 친한 친구들은 서울, 동탄, 광주, 대전 등 멀리 있기 때문에 그들이 찾아와주면 나는 뛸 듯이 기뻤고 그래서 이 구절 만큼은 외우고 있었다.
논어는 기본적으로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해설을 잘 해주는 안내서가 필요한데 이 책은 조선시대의 그림과 더불어 논어 문장을 해석해주니 이해가 높아져서 좋다. 사실 처음 책을 접한 것은 그림에 관심있어서였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그림보다 논어 글귀가 더 마음에 남았다.
글쓴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안중근의 기개와 윤동주의 부끄러움’을 말하고 있다. 안중근의 기개는 물론, 요즘같은 시절에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 그나마 사람답지 아니한가 생각한다.
64개의 문장 중 특히 나에게 와닿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다.
7. 예 <진솔함이 믿음과 신뢰를 낳는다>
p48. 사람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가치관의 시작이 바로 예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소중하듯이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귀하다고 여길 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공자는 “예와 겸양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예를 어디에 쓰겠는가?”
10. 생각 <자신만의 생각이 없으면 나도 없다>
p62. 공자는 배움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융통성 없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우기는 고집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그는 배움의 조력자로서 제자들에게 반드시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11. 해석 <다양한 해석은 시야를 넓힌다>
p67. 스승님이 냇가에서 말씀하셨다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않고 흐르는구나”
위 구절의 일차원적 해석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탄식입니다. 이차원적 해석은 배움에 대한 격려입니다. 흐르는 물은 연속성이 있습니다. 물의 그런 특성을 배움에 적용하여 본받으라는 해석입니다. 삼차원적인 해석은 물이 멈추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해와 달이 뜨고 지고, 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같은 자연의 법칙입니다.
36. 효 <지속적인 관심이 관계를 이어준다>
p.205 부모님의 나이를 모르면 안 된다. 한편으로는 그 나이가 되셨다는 사실에 기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나이로 인해 염려되기 때문이다.
효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자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그는 효를 어긋나지 않는 것, 부모가 살아 계시거나 돌아가시거나 한결같이 “예를 다하여 모시고, 예를 다해 장례를 치르고, 예를 다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7. 이단 <잘못한 선택은 아무리 애써도 해롭다>
p210. 잘못된 공부를 선택한다면 아무리 전력을 다하더라도 해로울 뿐이다.
攻乎異端 斯害也已 공호이단 사해야이 – 위정편
공자는 자신의 이상 세계를 주나라 초기로 설정했습니다. 그는 문명이 크게 발전하고 안정적이었던 시기의 주나라를 따르겠다고 선언하며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탐구했습니다. 혼란한 세상에 가장 큰 희망은 평화였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사라져 가는 개념을 정립하여, 인류에게 근본적인 삶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상식과 합리성을 내세우니 제자백가 중에서 가장 큰 집단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공존에 위협이 되거나 상식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상을 이단으로 분류했습니다. - 오늘따라 엄청 와닿는 부분입니다.
39. 비결 <고수가 되는 과정에 지름길은 없다>
p220. 예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당당하게 설 수 없다.
不學禮無以立 불학례 무이립 – 계씨편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짧은 노력만으로는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내공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독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진짜 고수는 적고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사기꾼들은 입으로만 고수 흉내를 냅니다. 그런 이유로 공자는 말만 앞서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 읽으며 옳소를 외칩니다.
읽으면서 무릎을 친 문장들이 더 많지만 구입하여 밑줄그으며 읽으시라는 차원에서 여기서 간단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이제 초등학생도 탄핵, 계엄 같은 어려운 단어를 알게 된 작금의 상황에 논어를 조신시대 그림과 함께 보며 불안하고 불안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 한사람으로서 용기를 내고자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호의 <난초와 국화> 따라 그러보며 붓을 들고 마음을 추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