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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영님의 서재
  • 의자 뺏기
  • 박하령
  • 11,700원 (10%650)
  • 2015-03-05
  • : 1,923
의자뺏기는 여행갈 때나 지하철에서 이동할 때도 부담없이 들고다니기에 너무 좋습니다. 디자인이 이쁘고 깔끔하며, 책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 옆구리에 끼고 다니다가 걸음이 멈추는 순간마다 은오의 세계로 순간이동하게 됩니다. 밤에 읽었던 부분에서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출퇴근하는 전철에서 읽을려고 일부러 차를 두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제가 너무 기특하게 느껴져서 머리를 스담스담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의자뺏기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ㅇㅇ놀이공원에서 후름라이드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안전벨트가 없는 의자뺏기 후름라이드는 지루할 틈 없이 스릴있으며, 중간에 멈추고 싶어도 절대 내릴 수 없고 마지막에 내리막으로 바닥을 치고나면 후련하기까지 합니다. 끝에 내릴 때는 중독적인 재미에 아쉬워 또 다시 한 번 더 타고 싶어 아쉬워지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세상에서 그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축축하고 짜증나는 터널을 먼저 지나간 인생 선배가 토탁토닥 등을 두드려주고 맹목적으로 응원해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하령 작가님이 뒤에서 꼬옥 안아주는듯한 따뜻한 온기도 느껴집니다. 자라나는 아이들, 조카들에게도 권하고 싶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저같은 어른들에게 더 강추합니다.
통근길에 다 못 읽었더니 넘 궁금해서 부산 여행길에 가져왔습니다. 새벽 기차로 잠 좀 자다 심심하면 읽으려고 했는데 읽다 보니 광명역도 지나고 천안아산을 지나 신경주가 스쳐가고......어느덧 어린 은오가 외롭게 자랐던 바로 그 부산에 도착했어요. 마지막장까지 다섯장 남기고 부산에 도착해버려서 완행 기차를 탔어야했는데라며 아쉬워하다 겨우 맨 뒤에서 내렸습니다. ktx에서 내려야하는 것이 야속할 정도로 너무 흥미진진하고 은오한테 몰입되어 너무 화가 났다가 코가 시큰할 정도로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은오가 엄마를 꼭 꼭 만나서 그렇게 밖에 못 키울 것이라면 그렇게 차별해서 키울거라면 왜 낳았냐고 속 시원히 따지길 바랬는데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서 더 먹먹하고 화가 났습니다. 언제나 불러도 항상 옆에 있어주었던 다른 아이들의 엄마와는 달리 은오의 엄마는 은오가 필요할 때 항상 옆에 없었습니다. 정말 은오 엄마는 철저하게 계산해서 투자 가치가 없어 은오를 버린것일까요?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의 배신으로 피해의식에 쩔어서 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일해주시는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 들은 가외 식구라는 단어는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할 만큼 은오의 비참함이 느껴졌습니다. 쌍둥이인데 첫사랑 마져도 은오의 마음을 몰라주는 대목은 더 화가 났습니다. 지오가 남자 친구에 빠져 대학 입학 시험에 쫄딱 망해라고 주문을 걸고 싶었습니다.
은오가 부산가는 버스에서 만난 천사 같은 아주머니는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가상의 인물 같습니다. 은오에게 집은 절대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기에 아무도 모르는 곳, 낯선 아주머니의 집이 더 편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현실에서 차리리 증발했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증발하지도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을 수 있는 그런 곳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하령 작가님의 의자뺏기는 현실에는 없는 천사같은 인생 선배님의 토닥거림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을 읽다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와락 안아주기에 까칠하고 모나게 삐뚤어져 있는 마음이 자꾸 녹아질 것만 같습니다. 내 손안에 쥐고 있는 뜨거운 석탄이, 내 마음 속에 끓고 있는 불덩이가 어느덧 뜨겁지 않아지고 조절할 만 해집니다.
건강하고 유쾌한 경쟁, 의자뺏기를 통해 저의 어린 시절로 타임머쉰을 타고 가 볼 수 있었습니다. 7살 때 엄마에게 화나서 가출하고 싶었는데 집나가면 고생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전 창고 한 귀퉁이에서 늦은 밤때까지 12시간을 숨어 있었습니다. 물론 엄마의 사랑을 확인했고 저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오빠 둘보다 욕심도 많았고 성적도 좋았고 누구보다 주목받기 위해 부모님께 졸라서 하루 5개의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았습니다. 파이의 양은 정해져있기에 오빠들은 일부러 저한테 양보해주기도 했습니다. 형제들의 희생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며 모든 영양분을 지오처럼 빨아들였던 과거가 떠올라 이 책이 더 몰입되었습니다. 전 항상 의자뺏기에 성공하는 지오처럼 살았구요. 오늘부터 오빠들도 의자뺏기에 성공할 수 있게 응원해주고 토탁여주려합니다. 저의 삶을 되새겨볼 수 있게해주신 박하령 작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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