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 중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아마도 뇌일 것이다. 무수히
많은 신경과 혈관, 복잡한 기능을 갖추고 있고, 모두의 지문이
다르듯 모두의 뇌도 조금씩 다르다. 그 다양성이 연구자를 아마도 아주 난감하게 만들 것이다. 뇌를 다루는 일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면서도 가장 까다로운 일이다.
뇌를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신경외과 의사 패터 바이코치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패터 바이코치는 베를린 자선병원의 신경외과 의사다. 그가 상대하는 것은 뇌종양, 뇌에 생긴 동맥류와 같은 무시무시한 것들이다. 이런 질병들은 환자를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트린다. 동맥류가 터져서 뇌출혈이 생긴다면 환자가 그대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동맥류를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수술 중에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마비라든가, 언어능력 상실 등 중대한 장애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는 환자들이 수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 거대한 덩어리를 머리에 두고
사느니, 수술을 결심하는 모습에 경의를 느낀다고 한다. 그의
수술 장면을 읽다 보면, 사실 전문 용어라거나 의학적인 상황이
100%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긴박함과 긴장, 지난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액션 영화보다 더한 스릴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수술 부위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중대한 언어영역이 단 1밀리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황, 절개를 할 때도 장애물 때문에 단 1밀리미터씩 절개해야 하는 상황
등 아주 미세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때로는 거인들과의 싸움처럼 느껴졌다.
수술은 때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하고, 때로는 출혈이 생기거나 모니터링 결과가 좋지 않아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수술 전에 아무리 수많은 검사를 한다고 해도, 뇌를
열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고, 결국 제 2의
대안, 제 3의 대안, 제 4의 대안을 모두 준비해놓는다고 해도, 수술실에 들어가서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하다. 뇌를 열어 보았을 때, 상황이 양호하다는 것이
판명되면 수술 팀 내에 활기와 기쁨이 번지고, 출혈이 발생하면 긴장감이 흐른다. 그 모든 수술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로 패터 바이코치는 생생하게 수술 장면을 묘사했다.
그렇게 어렵게 네다섯 시간, 때로는 더 긴 시간동안 수술을 마쳤다고 해도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수술 후에 무슨 일이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 수술이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마도 수술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수술 후 감염이 생기기도 하고, 작은 뇌졸중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가 의식을 찾고, 다시 회복되는 듯 보이다가도 금세 의식을 잃는다. 그는 그러한 상황을
한순간의 지극히 아름다운 해부학과 질병을 다룰 수 있는 특권에서 금세 지옥을 맛보는 것으로 묘사한다. 성공과
실패의 간격이 아주 미세한 것이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사랑한다. 몰입의 경험을 주고,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에너지원이 되어
의사를 지탱한다. 이런 에너지원이 없다면 무수하고 지난한 어려움에 아마도 쓰러져 버리고 말 것이다.
신경외과 수술의 일면을 볼 수 있고, 그 미세하고 어렵고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민감한 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에세이였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때로는 끔찍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상해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의 뇌를 탐사하고 연구하며 환자를 돕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었다. 이
책으로 한 번쯤 패터 바이코치가 열렬히 사랑하는 신경외과의 세상에 들어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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