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러리를 사랑하라…!
생강빵 2023/12/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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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러리
- 사라 스트리스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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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3-12-07
: 238
우리모두는 조금씩 밸러리 솔래너스다.
조금 단정적인가.
어쨌든 이책을 읽고나서 나의 일정부분은 밸러리 솔래너스에게서 영원히 자유로울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기살해미수범, 레즈비언, 매춘부, 정신질환자, 아동성폭행피해자. 매체에서 자극적으로 묘사될수 있는 수많은 수식어들속에 가려졌던 그의 삶을 상상으로나마 그려낸 이야기를 읽으며 보는내내 마음이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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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자 : 내 꿈은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을 내는 거야. (55p)
📎서술자 :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이 있으면 좋겠어. 해피엔딩이 있으면 좋겠어 (4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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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다른 결말이었을까.
1988년 4월 25일 텐더로인의 한 호텔에서 홀로 죽어가던 밸러리의 마지막을 시작으로 1950년대의 유년과 성장기, 대학원 과정을 그만두고 뉴욕에 정착해 앤디워홀을 만났던 1960년대초와 총격사건을 이후로한 60년대말,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앞둔 1980년대까지. 생애 마지막을 앞두고 삶을 반추하듯 순식간에 시대와 시대가 교차하고 생각과 대화가 맞물리는 그의 마지막 기억을 함께 되짚으며 내가 밸러리가 된듯 혼란스러웠다.
사라 스트리츠베리는 샌프란시스코 홍등가의 낡은 호텔에서 죽어가는 밸러리의 마지막을 붙들고 그의 삶을 전기가 아닌 환상문학속에 다시 세웠다. 플로린스 케네디는 그의 형량을 낮추기위해 애썼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혐오하며 조롱했지만, 어떤사람들은 그를위해 맹렬히 시위하고 모금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반세기가 지나서야 그의 삶과 죽음을 읽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물론 밸러리는 아주 당연하게도 이모든 사랑에게 가운데손가락만을 거칠게 휘두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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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자 : 이 이야기에서 네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밸러리 : 진짜 슬퍼할 거 없다니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니까, 네가 슬프다면 내가 괜찮은 조언을 해줄게. 잠잘 곳도 먹을 음식도 없이 누더기 차림으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쓰레기통에서 자는 중독자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마약에 찌든 창녀, 노숙자, 미치광이를 집으로 데려가. 지하철에서 걸음을 멈추고 정신병자 매춘부와 얘기를 나눠. 그 여자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악을 쓰고 난리를 쳐도 가버리지 마. 그 여자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필요한 게 뭔지, 뭘 도와주면 좋을지, 노트에 뭘 썼는지 물어. 죽어가는 약쟁이 창녀에게 그리 관심이 많다면 말이야. 호스텔과 정신병원과 빈민가 마약 소굴, 홍등가, 교도소를 찾아가. 바깥에서 세상이 널 기다린다고, 이친구야. 그 자료의 제목은 그 여자는 사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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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밸러리를 사랑해보려던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이어서, 그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가장 사랑하는 노래이름이 Valerie여서. 노랫말속 돌아오지않을 붉은머리 발레리가 Valerie Jean Solanas가 되어 내어떤세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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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물속을 지나갈 때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물은 널 삼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불속을 걸을 때
불길은 널 태우지 않을 거야
📎그런 다음 조심히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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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정말 좋았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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