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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
- 낸시 주연 김
- 15,300원 (10%↓
850) - 2023-11-20
: 335
읽는내내 탄식과 슬픔에 잠기게 하는 글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땅밖으로 길게 체류해본적 없는 나로선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를 온전히 감각하긴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외로움과 비통함,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며 느끼는 동질감은 가슴깊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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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는 늘 엄마에게 한 시간만 더 있다가, 아니 하루만, 일 년만 더 있다가 말해야겠다며 미루었다. 자신은 세상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절대 가까이에는 살 수 없다고, 두 번 다시 같은 지붕 밑에서는 살 수 없다고.
이제 마고에겐 엄마를 납득시킬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기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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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는 이민2세대 한국계미국인으로 홀로 자신을 낳아기른 이민1세대 어머니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평범한 딸이다. 그는 시애틀에서 LA로 일년만에 어머니를 방문하고 어머니의 집에서 그의 싸늘한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어머니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한 마고가 사인을 밝혀내기위해 고군분투하며 교차하는 1987년의 미나와 2014년의 마고의 모습을 보며 어떤 선택은 이해할수없기도 어떤 선택은 공감하기도 하며 쉴새없이 책장을 넘겼다.
한국에서의 지난한 삶을 딛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미국에서 미등록이주자로서의 삶을 새로이 시작한 미나의 앞은 고난의 연속이기만 하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허상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이민자들, 영어라는 언어장벽, 고된 수퍼마켓에서의 노동과 겨우 해낸 가게마련, 로드니킹사건으로 촉발된 폭력시위, 젠트리피케이션과 노년에도 계속되는 노동 그리고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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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지루하다는 말이 실은 외롭다는 말이란 걸 마고가 이해했을까? 지루하다는 말이 훨씬 내뱉기 쉬웠다. 그렇지 않은가?
📎그동안 마고는 제 엄마를 오로지 한국말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영어는 부끄러울 정도로 더듬거리는 천생 외국인으로만, 제 이야기를 억압하는 인물로만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엄마가 진정한 영웅임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자기 삶을 만들고, 허물어뜨리고, 다시 만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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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스무해 가까이 살았으면서도 마고는 미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당황스러워 하지만, 사실 나도 우리엄마가 아닌 OOO에 대해 아는것을 떠올려보자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않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고엄마가 아닌 미나가 간직했던 이야기의 파편을 하나씩 주워가며 퍼즐을 맞춰가는 마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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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닮았다는 것, 피와 뼈에 생면부지 타인의 흔적을 품고 다닌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나라의 무언가가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기 쉽게 만들었다.
📎엄마의 죽음은 매듭이 아니라 일시적 회귀였다. 엄마는 마고를 보호하기 위해 너무 많은 진실을 홀로 짊어지고 살았다. 이제 마고는 알았다. 자신도 엄마처럼 무엇이든, 심지어 사랑도 가족도 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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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 한국에 두고온 것, 미나의 사랑, 미나의 친구, 미나의 삶 그리고 미나의 소중한 딸 마고까지. 그의 비밀을 좇아 미나의 삶을 완성하고 결국 그의 죽음을 마주한뒤 새로운 시작을 내딛는 마고를 보며 그의 앞날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세스백의 앞날도. 마지막 마고의 더듬거리는 어색한 한국말을 보며 눈물이 왈칵 났다.
교차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금세 책한권을 다읽고 미나가 끝까지 감춘 그의 비밀을 곱씹어보며 나라면 과연 고백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결국 영원한 비밀은 없듯 마고가 다시 잇는 결말은 내가 읽어도 정말 좋았지만, 아마 타향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욱 울컥하지않을까싶은 마무리였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미나의 삶의 궤적과 그를 좇는 마고의 이야기를 함께 하게되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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