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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님의 서재
  • 미국이 만든 가난
  • 매슈 데즈먼드
  • 28,800원 (10%1,600)
  • 2023-11-22
  • : 1,806
📎가난은 물질적 결핍과, 만성통증과, 투옥과, 우울증과, 중독 등등이 겹겹이 누적된 형태일 때가 많다.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가난은 범죄, 건강, 교육, 주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모든 사회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가난이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수백만 가정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안전과 안정, 품위를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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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가난의 원인은 우리에게서 비롯한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우리의 삶이 별개라고 생각한다. 밤늦게 주문한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다음날 아침에 받아 냉장고에 넣고, 물건을 살때는 최저가와 가성비를 따진다. 은행앱에서는 계좌만 만들어도 기프티콘과 이벤트 포인트를 보내주며, 우리는 편리를 위해 노동자의 수고를 지워내는 사회에서 살고있다. 이러한 이득은 누구로부터 오는걸까. 우리는 누구에게서 이득을 뺏고 배를 불리고 있는걸까.

빈곤은 결코 개인적인 이유에서만 비롯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과 시스템의 개선만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 왜? 미국에는, 그리고 한국에는 가난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은 왜 이 모든 가난이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우리 모두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미국이 만든 가난은 한국이 만든 가난과 다르지않다. 미국의 사라지지않는 빈곤가정의 모습으로 흔히 이민자와 한부모가정이 지목되지만 저자는 그것이 변명일뿐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박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인생의 3단계(졸업-전일제일자리-정상가정:결혼하여 유자녀를 두는것) 연쇄를 완수하면 성공한다는 말은 그저 말장난이자 허상일 뿐이다.

배제가 있는 곳에는 착취가 있다. 선택지가 고작 한두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걸 정말 그들의 선택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빈자의 남은 파이마저 갈취하기 위한 협박이라고 보는게 맞지않을까.

빈곤이 철폐된 사회를 상상해보자.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노조파업과 산재 같은 속보가 등장하지않는 세상을 상상해본다면, 그곳의 여덟시뉴스에는 과연 무슨 뉴스가 나올까? 사실 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보지않아 상상하기 어려웠다. 빈곤이 철폐되고 노동이 존중된다면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더욱 활발하게 나오지않을까. 하지만 언론의 보도방향성은 사뭇 다른 모습일것 같다. 빗속을 걷고걸어 시위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아닌 현장의 생생하고 즐거운 목소리들이 쏟아지는 사회. 사실 내 일이 고될때도 있지만 내 직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뭇 기대되는 세상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취해야할 마지막 조치는 담장을 허물기 라고. 배제는 작은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빈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자의 이익을 우리는 방관한다. 부자의 이익에서 파생되는 부스러기같은 이득을 함께 누리는 우리는 사회적수준에서의 착취에 그만 동조해야한다. 저자는 담장너머로 돈을 던지는 대신 우리의 담장을 허물자고 말한다. 그것은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지도, 공교육의 질을 훼손하지도 않지만, 부자와 빈자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수 있을까? 왜 우리는 담장 허물기에 겁을 먹고 나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할까 두려워 타인의 머리를 짓밟아 담장을 더욱 높게 쌓으려고할까.

우리는 우리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빈곤폐지론자가 되어야한다. 사실 내내 읽으면서 계속 나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나의 소비와 생활습관, 나자신의 취향과 문화를 일궈오면서도 그곳에 빈곤폐지의 자리는 없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이제 조금씩 나의 방식을 찾아야겠지. 📎대중운동은 자기만의 기여 방식을 찾아내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빈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않을것이다. 사회적 구조적 개인의 의식 또한 변화해야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이겠지만 결국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빈곤을 없애려면 아주 똑똑해야 할 필요도 없다. 빈곤을 충분히 싫어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던 제품들의 회사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다.



아르테북서퍼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생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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